진보는 신(新)사회계약을 통해 대한민국을 재창조해야 한다. (최정묵)

최정묵 승인 2011.05.18 22:35 의견 0
-서평 <국가란 무엇인가>(유시민, 돌베게)   진보는 신(新)사회계약을 통해 대한민국을 재창조해야 한다.   [본 서평은 재단법인 광장의 계간지 <광장> 2011년 봄호에 수록된 글이다.] 시작하며 저자는 책을 가장 많은 쓴 정치인이다. 대한민국개조론, 후불제민주주의가 정치칼럼모음집이었다면 이번에 출간한 국가란 무엇인가는 교양서 지침서쯤 되어 보인다.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한나라당, 계층구조가 취약한 민주당, 반反자본을 지향하는 민주노동당도 복지를 말한다. 시대과제가 발전국가에서 그 어떤 복지국가로 좌左 클릭하면서 민주진보진영도 보편적 복지를 통해 우右 클릭을 시도 중이다. 공공재를 공급하는 국가에 대한 문제의식은 복지유행과 논쟁의 종결자다. 때문에 이번 출간은 의미가 크다.   총론 없는 민주당의 보편적 복지도 각론 없는 박근혜 전 대표의 선별적 복지도 국가의 역할에 주목해야 한다. 저자의 넓은 시야가 빛난다. 정의국가 주장에 복지를 인내심 있게 포용하는 모습, 자유와 타 가치들 간의 균형적 해석을 통한 자기안배, 기술 함축적 메시지보다는 가치 함축적 메시지의 사용, 한국근현대사에 대한 통합적 접근 등이 인상적이다. 본 서평이 저자 의도대로 ‘더 훌륭한 국가의 더 훌륭한 시민이 될 수 있도록 함께 토론’하는 작은 계기가 되길 희망하며 부족하나마 시작한다.   1. (국가론의 구분) 지적 향유를 지적 리더십으로 승화시켜야 한다. 대학교 사회교양과목의 교재로도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국가의 본질과 역할이 어떤 철학에 기초하여 어떻게 규정되었는지 각 시대를 현장삼아 학구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가 펼쳤던 목적론적 국가론, 토마스 홉스의 전체주의 국가론, 존 로크에서 애덤스미스와 하이에크에 이르는 신구新舊자유주의 철학에 기초한 자유주의 국가론, 칼 마르크스의 반反자본적 국가론 4가지를 대표하여 구분했다.   통찰력 있는 저자들의 구분법은 정합적이다. 2005년 김비환 교수가 출간한 ‘자유지상주의자들, 자유주의자들 그리고 민주주의자들’도 시장우선적 자유주의, 균형적 자유주의, 민주주의 우선적 자유주의로 대표 구분한다. 2007년 박시종 교수가 옮긴 G.에스핑앤더슨의 ‘복지자본주의의 세 가지 세계’도 자유주의 복지국가, 조합주의 복지국가, 사회민주주의 복지국가로 대표 구분한다. 국가의 역할과 개인의 자유도에 따라 이념과 세력의 정체성을 체계적으로 구분하고 있다. 국가론의 체계적이고 정합적인 구분법은 대한민국 국민의 인식 속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난다. 2005년 열린정책연구원의 ‘한국사회 가치모델’이라는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대한민국 국민의 가치는 시장중시집단(30.2%), 민주중시집단 (25.3%), 도덕중시집단(23.2%), 분배중시집단(21.3%)으로 구분된다. 이를 이념스펙트럼과 국가론으로 재구성해 보면 시장중시집단은 자유주의 이념과 자유주의 국가론으로, 민주중시집단은 사민주의 이념과 목적론적 국가론으로, 도덕중시집단은 보수주의 이념과 전체주의 국가론으로, 분배중시집단은 사회주의 이념과 반反자본주의 국가론으로 묶인다. 이러한 묶음을 노무현 대통령 지지와 열린우리당 지지로 4분면하면 보다 뚜렷이 보인다.   저자는 “자유주의 국가론과 목적론적 국가론은 결합할 수 있고 그 결합을 통해 각자의 결점을 제거하고 서로를 보완해 줄 수 있으며 진보정치세력에게 필요한 국가론이 바로 이것이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이 보고서에만 존재하지 않으려면 지적 유희를 넘어 지적 확신을 통한 리더십으로 발휘되어야 한다.   2. (국가론의 진화) 진보는 신新사회계약을 통해 대한민국을 재창조해야 한다. 저자는 “정의는 각자에게 마땅히 받아야 할 것을 주는 것이라고 한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견해는 폭넓은 지지를 받았다. 그 생각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 “헌법은 대표기관인 국회의원 의결과 국민투표로 확정된 문서이다. 굳이 홉스의 이론에 기대자면 헌법은 성문화된 사회계약이다”라고 말한다. 헌법에 기초한 대한민국도 근현대사를 통해 국가의 역할이 변화하고 있다. 저자는 용산참사 사례 들기를 시작으로 통렬하고 냉철하게 대한민국은 합의가 무너진 사회라고 주장한다. 글로벌 시장경제 하에서 새로운 합의로 일자리를 만들고 정의 사회, 복지사회를 구현해야 한다. 빈부격차를 심화시키는 것은 바로 우리 모두의 역사임을 깨달아야 한다. 일제시대, 반공시대, 산업시대, 민주시대, 세계시대의 명암들이 정부와 기업과 시민사회가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없게 만들었고 이는 감당하기 어려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갈등으로 심화되었다. 고용주와 근로자, 정규직과 비정규직, 중소기업과 대기업, 민주세력과 산업세력,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도시와 농촌, 수도권과 지방,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 등 다층적이고 전방위적인 갈등과 균열구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러한 갈등과 균열구조를 정치의 장으로 끌어내고 대화와 타협으로 해결하기 위한 신사회계약운동이 필요하다.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함께 협력하여 이룰 수 있는 통합적 가치를 세워야 한다.   시대에 따라 적자생존적 국가론이 대세를 이뤘다. 그러나 개인에서 가족, 가족에서 부족, 부족에서 도시, 도시에서 국가로 그 규모를 넓혀가며 공동체를 확대 형성해 갔다. 지금부터는 공생진화적 국가론이 필요하다. ‘자유주의 국가론과 목적론적 국가론의 결합을 수용하는 것’에 공감한다. 저자가 말하는 책임윤리로 보면 연대통합도 필요하지만 대한민국의 새로운 사회계약을 위해 매진해야 하는 일이 더 중요해 보인다.   3. (국가론을 찻잔에 담다) 자유와 정의 그리고 국가의 역할 저자는 복지를 정의의 제도 정책 수단이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지금의 복지논쟁은 진보과제를 해결하는데 완결성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새로운 정치문화로서의 정착가능성도 낮아 보인다. 어떤 복지인가에 따라 자유에 속하기도 정의에 속하기도 한다. 선별적 복지, 안전망 복지는 정의에 속하지만 보편적 복지는 자유에 속하며 성장과 직결되어 있다. 진보자유주의, 사회자유주의, 공동체자유주의는 각각 주장하는 세력의 전통과 이전의 가치지향에 따라 조금씩 차이를 보이기는 하지만 거의 비슷하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왔는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왔는지에 따라 조금씩 다를 뿐이다.   진보자유주의 국가관을 찻잔에 비유하여 이해를 돕고자 한다. 저자의 ‘시민은 자유롭게 국가는 정의롭게’라는 슬로건도 성장, 기회,보호라는 가치로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자유라는 컵’은 기회, 성장, 보호라는 진보자유주의 가치를 어떻게 확대해 나갈 것인가의 답을 찾아가는 진보의 치열한 여정이다. 자유를 실현하기 위해 시장과 복지의 원리를 컵에 담아 위는 열고 아래는 받친다. 또 ‘시장으로 여는 것’은 다원성의 인정, 창의성의 존중, 자유로운 경쟁을 통해 인류와 개인의 성장욕구를 개방한다. ‘복지로 받치는 것’은 보편적 공공서비스의 확대, 경쟁에서 밀릴 수 있는 잠재계층에 대한 지원. 컵의 逆피라미드는 계층구조의 중산층을 염두에 둔다.   ‘정의라는 컵 받침’은 기회, 성장, 보호라는 진보가치를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의 답을 찾아가는 진보의 치열한 여정이다. 정의는 누구에게도 불리하지 않은 출발선인 공정과 시장 열패자에 대한 보호의 결승선인 공평으로 나누어져 관리되어야 한다. ‘공정한 출발선’은 가난해서 일자리를 구할 수 없게 되거나 교육의 기회조차 가질 수 없게 되어서는 안 된다. 부유한 자 또는 특권을 가진 자가 아니라 가장 우수한 자가 승리할 수 있도록 보장 되어야 한다. 공정한 경쟁과 패자부활전이 가능한 체제이다. ‘공평한 결승선’은 경쟁에서 밀린 패자에게 기본적인 사회적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이는 비용이 아닌 투자다. 마키아벨리의 말처럼 어느 누구도 자신을 팔아야 할 정도로 가난해서는 안 된다. 루소의 말처럼 가난을 이유로 공적 명예로부터 배제되어서도 안 된다.   우리가 정의와 자유를 대립가치로 인식하는 이유는 자유주의자와 평등주의자들이 자신들의 가치를 정립하기 위해 안티테제로 활용했기 때문이다. 정의와 자유는 통합적 관계이다. 아마르티아 센의 말을 조금 바꿔 빌리자면 자유가 분배하는 가치 중 하나가 정의이고, 정의의 여러 가지 적용분야 중 하나가 자유이다. 정의는 자유가 누구에게, 얼마나 많이, 어떻게 분배되고 있는지를 다룬다. 자유는 ‘자유에 대한 정의’ 즉, 공적 자유가 증대되고 있는가를 다룬다. 정의 그 자체만을 강조하면 공동체주의(도덕 선)에 가깝다. 반대로 자유에 대한 정의를 강조하면 공화주의(공공 선)에 더 가깝다. 민주화 이후에 민주주의가 자유에 대해 소홀히 다루었던 것이 사실이다. 저자가 국가의 정의를 다루며 적절한 수준에서 자유에 대해 언급했는지도 모르겠다. 자유는 있는데 정의는 없고, 정의는 있는데 자유가 없는 국가는 없다.   4. (대한민국 벤치마킹) 김구의 문화강국론으로 본 정의국가, 복지국가 저자는 복지국가론을 보론으로 다루었다. 책의 전체기조가 복지국가를 부정해서라기보다는 정의국가이기 때문일 것이다. 복지국가론은 정의국가의 부분집합이다.   김구 선생님의 국가론은 진보자유주의의 가치와 일치한다.개인의 이타성과 국가의 정의로움을 중시한다. 궁극적으로는 우리 모두의 과제는 행복의 문제로 귀결된다. 행복은 삶의 본능적 지향이다. 모두가 행복해지기 위해 태어나고 또 행복하게 살려고 노력한다. 행복은 다양한 고려가 필요하다. 행복은 생활양식과 개인의 다원성과 능력에 따라 사회에서 합리적인 불평등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필립 코틀러의 국가마케팅에 소개된 방식으로 우리나라 국민이 생각하는 국가의 강점과 약점 및 기회요인과 위협요인에 대한 SWOT조사분석을 2006년 열린정책연구원 사회인식 전국조사, 2008년 민주당 서울시당 지방선거컨설팅 서울조사, 2010년 사회인식 전국조사로 실시했다. 세 개의 조사결과 모두에서 대한민국이 가지는 강점으로 ‘문화적 일체감’을 가장 많이 꼽았다. 그 다음으로는 도전정신, 근면성, 가족애, 과학기술 등이 나타났다. 국민의 정치적 DNA 속에는 문화강국, 정의국가의 기질이 흐르고 있다.   아마르티아 센이 말하는 성취와 성취할 수 있는 자유, 후불제민주주의에서 저자가 말한 행복과 행복해질 수 있는 권리에 대한 규정은 김구 선생님의 문화강국론에서 말하는 개인의 행복과 이타적 행복의 사회적 전제조건일 뿐이다. 괴테는 “행복을 받고 행복을 주는 것은 항상 인간의 큰 기쁨이다”고 말한다. 저자는 ‘진보정치세력의 국가는 미덕국가美德國家 또는 선행국가善行國家라는 이름을 붙일 수도 있다’고 말한다. 김구 선생님이 거론한 높은 문화의 힘은 저자가 말한 정치적 신념윤리와 책임윤리로부터 출발하는 ‘보이지 않는 정의국가의 원천’일 수 있다. 복지국가와 정의국가는 민주공화국 비전의 결과며 문화강국의 방법론이다.   5. (정의에 대해 집단지성에 묻다) 생각해 볼만한 7가지 논점 ① (합의 되지 않는 자유에 대한 개념) 저자는 자유주의자라고 밝혔다. 그러나 자유가 유일한 가치로 여겨지는 것은 우려했다. 전체주의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자유는 모든 정치사상과 인류발전의 근원적 동기였다. 정의를 중시하는 것도, 공동체를 중시하는 것도, 복지, 환경, 평화 등이 중시된 것도 지속가능한 자유에 대한 재검토이다. 일종에 자유에 대한 지혜다. 1970∼1980년대 대한민국 민주화운동은 반독재운동이었고 자유에 대한 갈망이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자유를 무한경쟁과 시장만능으로만 인식하여 종국에는 적자생존이라는 프레임에 자유를 가두어 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민주, 평화, 복지, 환경, 이 모두는 자유, 이타적 자유, 공적 자유에 대한 염원일 수 있다.   ② (역대 정부의 복지정책의 재해석에 대해) 하이에크도 현대국가의 정부능력을 보았다면, 그리고 탈상품화가 아닌 재상품화의 복지정책을 보았다면, 변함없이 자유주의에 대한 깊은 애정을 학문으로 관철했을지는 몰라도 현실적인 판단은 다소 유보했을 수도 있다고 본다. 신자유주의선언도 복지에 대한 증오보다는 자유에 대한 열정으로 볼 수 있다. 박정희 정부에서부터 노무현 정부까지 대한민국의 그 어떤 정부에서도 복지정책은 발전했다는 저자의 생각에 동감한다. 그렇다면 복지의 정치화가 2012년에 가능한 것인가. 복지는 좌우의 문제, 여야의 문제를 넘어선다. 고전적 자유주의는 국가의 역할에 대해 부정했지만 똑똑해진 신자유주의는 정부의 강력한 시장개입을 주장한다. 정의개념 없는 복지국가론은 신자유주의 정부에서 복지를 조금 얻어가는 꼴이 될 수 있음에 우리 모두가 주의해야 한다.   ③ (시장의 정의로움에 대해) 시장이 국가를 대체할 수 없다고 해서 시장이 정의를 실현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공정한 시장경제는 사회가치를 창출한다. 공정한 시장은 합리적 불평등에 기초하여 정의롭다.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가지고 있지만 현재까지 검증된 체제이다. 자본주의 없는 민주주의도 정의롭기 어려우며 민주주의 없는 자본주의도 정의롭기 어렵다. 그 어느 것도 혼자 정의를 실현할 수 없다. 예컨대 법 앞에 평등은 사회경제적 능력이 어느 정도 달성되지 않고서는 달성하기가 어렵다. 법 앞의 평등을 강조하는 것이 “자유”라면, 사회경제적 평등을 강조하는 것은 “정의”이다. 이 양자를 구분하지 않고 통합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진보자유주의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사회계약을 일방적으로 할 수는 없는 일이다.   ④ (정의와 능력에 대해) 신념윤리와 책임윤리로 무장된 의지는 물론 능력이 없어도 정의를 실현할 수 없다. 능력은 일을 감당해 낼 수 있는 힘을 말한다. 개혁능력 혁신능력은 진보보다 보수가 더 뛰어나다. 피터 드러커에 따르면 개혁과 혁신에는 리스크가 따르는데 보수적인 관점에서 그 리스크를 최소화한다. 정의를 진보가 더 잘 실현할 수 있다는 자만심은 금물이다. 능력을 키워야 한다. 사회개혁주체와 사회설계주체는 다를 수 있다. 개혁주체가 설계까지 하려면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에게 필요한 능력은 정의 디자인능력이다.   ⑤ (애국심에 대해) 애국심은 국가이상에 대한 시민들의 사랑의 감정이다. 국가 그 자체에서 시민으로 국가론의 관점이 발전한 현대 국가이상에서 보면 공화주의자 비롤리 교수의 말처럼 ‘애국심은 자유가 모두를 위한 이익이라고 믿는 것’이며 어느 지역에서 태어나든 같은 민족이든 아니든 같은 언어를 사용하든 안하든, 같은 풍습, 같은 신을 믿든 그렇지 않던 간에 인류가 함께 지향하는 정치적 열정이다. 애국심으로 국내에 거주하는 한국인과 외국인의 차이를 구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이전에 애국이 국가와 민족을 위해 전쟁터에 나가는 것이었다면 지금은 헌혈하고 이타적 사랑을 나누고 봉사하는 것도 애국이다. 이러한 애국엔 국경이 없다. 애국은 국가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가지고 있는 이상을 사랑하는 것이다.   ⑥ (한반도 정의에 대해) 저자의 말처럼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대로라면 자유권적 기본권을 모든 국민에게 보장하지 않는 국가에는 정의가 없다.” 그렇다면 북한에는 정의가 있는가. 만약 북한에 정의가 없다면 정의가 없는 북한에 대한 대한민국의 입장과 행동은 정의로운가. 위에서 언급한 애국심이 국가를 넘어서는 것이라면 민족을 넘어 한반도의 정의가 ‘평화’라고만 주장할 수 있는가. 민주진보진영이 ‘북한에 대한 경제적 인권지원은 꾸준했다’라는 말로 정의를 대체하려 한다면, 민주주의는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어느 정도 성장해야 가능하다는 주장과 시장경제가 정의를 실현할 수 있다는 말에 동의하는 것인가. 우리가 왜 북한의 정치적 인권은 애써 외면하는가에 대해 다소 늦었지만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   ⑦ (가난한 사람이 보수적임에 대해) 저자의 말처럼 복지는 자본주의를 보다 안정화시키기 위해 시행된 시혜적 정책이었다. 사회주의 혁명을 두려워해서다. 혁명의 주요 계급계층이 누구이겠는가. 진보가 선거를 통해 보수를 이겼다면 그리고 그 격차가 사회적 현상으로 설명하기에 유의미한 격차라면 누구의 지지를 더 얻은 것일까. 가난한 사람이다. 우리가 지금하고 있는 일은 혁명이 아니라 혁신이다. 가난한 사람은 혁신이 그들의 삶을 획기적으로 바꿔놓을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 가난한 사람이 ‘혁신을 생각할 여유가 없는 것’이 아니라 기대치가 적은 혁신 앞에 보수적인 입장을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이들에게 더 많은 정치적 지지를 얻으려면 보수보다 신념윤리, 책임윤리, 정의디자인능력을 키워야 한다.   6. (정의국가, 복지국가에 책임윤리로 국가전략을 호소하다) 비전2030과 FTA의 딜(deal)을 추진하자.   우리나라는 경제가 고도화되고 규모가 큰 나라와의 FTA를 추진 중이다. 최근 주류 정치권의 FTA 논쟁 핵심은 협상자체의 유불리이지만, 진보진영은 신자유주의 반대투쟁이 핵심이다. 올해 안에 한미 FTA, 한EU FTA가 국회에서 비준될 것으로 보인다. 서로 다른 명분으로 반대하지만 모두의 결과는 실리가 없는 패배로 그칠 공산이 크다. 비전2030과 한미 FTA, 한EU FTA 등의 정치적 딜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복지가 정치권에 유행처럼 번지고 있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복지는 찬밥이었다. 복지전략을 넘어 국가전략으로 수립된 비전2030이 있다. 재정계획도 아주 치밀하게 짜여 있다. 5대전략은 성장동력 확충, 인적자원 고도화, 사회복지 선진화, 사회적 자본 확충, 능동적 세계화이다. 사회복지선진화에 선택적 복지와 보편적 복지가 모두 담겨 있다. 능동적 세계화에 FTA 체결확대가 담겨 있다. 신자유주의가 정의를 실현할 수 없다면, 대안 없이 반대하는 우리도 정의로울 수 없다. G.에스핑 앤더슨의 말을 인용한다. “시장이나 국가 어느한쪽만을 선택하여 그것이 복지를 발전시키는데 있어 좀더 자연스런 제도라고 생각하는 발상은 하나의 신화에 불과하다.”   민주화이후 정책여론은 개인과 시민의 입장에서 갈린다. 개인의 정책여론은 사회경제적 이해관계로 작동된다. 시민의 정책여론은 공의와 보편적 윤리에 의해 작동된다. 정당은 시민에게 호소해야 한다.   또 지금의 지역중심의 정치체계를 계층중심의 정치체계로 바꿔야만 민주와 공화가 균형을 잡을 수 있다. 비례대표 국회의원의 획기적인 확대와 이명박대통령의 권력구조개편이 함께 검토될 수 있다. 본 저서에 등장한 센델은 “도덕에 개입하는 정치는 회피하는 정치보다 시민의 사기 진작에 더 도움이 되며 더 정의로운 사회건설에 더 희망찬 기반을 제공한다”고 주장한다.   7. (머리는 차갑게 가슴은 뜨겁게) 진보는 밀어내는 힘보다 끌어당기는 힘이 더 필요하다. “진보정치는 국가로 하여금 최고의 도덕적 이상인 정의를 실현하도록 하기 위해 국가를 직접 운영하거나 국가운영에 영향을 미치려고 하는 행동이다.” 이를 통해 저자의 말대로 ‘시민은 자유롭게 국가는 정의롭게’ 되려면 ‘머리는 차갑게 가슴은 뜨겁게’ 해야 한다. 우리에게는 밀어내는 힘을 사용하는 것이 익숙하다. 저자는 “보수주의는 생물학적 본능이고 진보주의는 목적의식적 지향이다. 보수가 구심력이라면 진보는 원심력이다.”고 말한다. 보수의 장점을 빌려야 한다. 끌어당기는 힘이 필요하다.   2010년 퇴임시기 룰라 브라질 대통령의 국민지지도는 90%에 가까웠다. 그가 대통령이 되었을 때 수많은 해외자본은 불안해했다. 룰라가 노동자당의 당수였고 철강노조위원장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루라는 끌어당기는 힘을 사용했다. 10여개의 주요정당과 27개의 연방 그리고 기득권을 설득하는데 성공했다. 국가부채를 모두 해결하고 채권국으로 성장했고 가난한 아이들이 학교에 갈 수 있었으며 극빈층 2,000만명이 중산층으로 도약했다.   성서의 출애굽을 보면 이집트에서 탈출한 이스라엘 민족이 직선으로 3개월 밖에 걸리지 않는 거리의 사막에서 30년을 넘게 헤맨다. 결국 출애굽을 주장한 세대는 사막에서 죽고 그 다음 세대만이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으로 들어간다. 에릭 바인하커가 쓴 ‘부의 기원’에서도 구舊경제 안에서 신新경제를 주장한 세력은 결국 신경제에 편입되지 못하고 새로운 진입세력에게 시장을 넘겨준다. 새로운 세상의 도래를 인식했음에도 불구하고, 미쳐 몸으로 준비하지 못하고 과거로 밀려 난 역사적 사례다. 저자의 말처럼 진보가 단결하는 힘의 부족이 선천적 결함이고, 더 큰 결속을 위해서는 망각과 용서가 필요하다면, 우리에게 끌어당기는 힘을 키우는 혁신은 필수이다.   맺으며 정치과제는 권위적 지역주의로 인해 발생한 특권과 반칙의 구舊과제와 빈부격차와 몰沒인간화로 인해 발생한 사회경제적 갈등의 신新과제가 혼재되어 나타나고 있다.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사이, 정치패러다임 전환기에 오래 전부터 서 있었는지도 모른다.   2011년 1월 27일 우리리서치 조사결과, 우리사회의시대정신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29.2%가 복지국가, 21.8% 정의구현, 14.1%가 헌법정신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경제도약은 10.1%로 “경제”가 낮은 응답을 보인 것은 이례적이다. 경제이슈로 집권한 한나라당과 민주당중심의 야당과의 격차도 이명박 정부 들어 좁혀지고 있다. 2007년 대선 이명박 48.7%, 정동영 26.1%로 격차 -22.6%이다. 2008년 총선 한나라 37.5%, 민주당 25.2%, 격차 -12.3%이다. 2010년 6.2지선 전국정당득표 결과 한나라당 38.9%, 민주당 34.3%로 -4.6% 뒤지지만, 민주당, 민노당, 진보신당, 참여당 합산득표율은 51.1%, 한나라당, 선진당의 합산득표율은 43.3%로 7.8% 앞선다. 2010년 10월과 12월 한겨레 여론조사결과,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야권의 최대 관심사인 후보단일화에 대해 응답자들의 60%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야권단일정당을 지지하겠다는 응답이 70%로 나타났다.   한나라당은 박근혜 인물론이 2012년 대선전략이다. 야권은 복지동맹-정의연대라는 가치로 돌파해야 한다. 인물 대對 시대정신의 싸움이다. 민주주의가 공정 공평을 강조하는 이유는 다수결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약자도 강자가 될 수 있는 기회의 공정 공평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고인 물은 썩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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