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를 뒤흔들 5개의 충돌

김대호(사회디자인연구소장) 승인 2017.05.25 19:16 | 최종 수정 2019.11.09 19:53 의견 0

일본에 지진과 화산이 많은 이유는 모르는 사람이 별로 없다. 태평양판이 대륙판 아래로 미끄러져 들어가는 지점에 일본 열도가 존재 하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때 지리 수업을 받은 사람이라면, 한반도의 기후와 기상을 결정하는 것은 위도, 4대 기단, 동고서저(東高西低) 지형이라는 것을 안다.   마찬가지로 문재인 정부에게 들이닥칠 더위와 추위, 폭우와 가뭄, 터져나올 지 모르는 지진과 화산도 지각 균열, 충돌 구조와 지형을 보면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사람일수록 더 냉정하게 직시하고 대비해야 한다.   일자리 100일 플랜  

촛불 시민과 중하층 서민 간 요구의 충돌

첫째, 가장 강력한 폭발력을 가진 충돌은 촛불 시민의 요구와 중하층 서민의 요구의 충돌이다. 이는 사나운 격정과 냉엄한 현실의 충돌이기도 하다.그 누가 뭐라 해도 먹고 살만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던 촛불 시민의 세계관, 가치관, 정서, 요구와 촛불 들고 광장에 나올 여유도 없는 중하층 서민의 절절한 요구가 크게 충돌한다. 뿐만 아니라 일종의 혁명을 이룬 열혈 촛불 시민의 혁명적, 탈법적 요구(대통령의 제왕적 행보)와 법제도적 절차, 규정도 충돌한다.    

촛불의 핵심 요구는 적폐 청산·척결이고, 그 적폐의 핵심은 부정비리를 일삼는 악당이다. 부정비리는 구체적으로 부정부패, 정경유착, 전관예우, 불공정거래, 재벌 오너의 사익편취 등이다. 촛불 주류가 볼 때, 대한민국이 나라 답지 않은 나라가 된 이유는 친일부역과 유신독재의 생물학적 문화적 유전자를 받은 세력이 정치권력을 틀어쥐고, 불법적으로 노동자 민중을 착취, 억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을 쓸어내는데 적합한 인물과 세력이 바로 문재인과 민주당이라고 본 것이다. 이런 인식이 콘크리트 지지층을 형성한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주요한 모순부조리의 실체와 구조를 파헤쳐 보면, 핵심 원인은 사법적 수단으로 해결할 수 있는 구시대적 부정비리가 아니라 합법적, 제도적 불의다. 이는 낡은 법제도(시스템)와 문화에 의해 뒷받침 된다. 낡은 법제도의 대표가 노동관계법과 정치관계법이다. 특히 노동시장과 공공부문에 이 모순이 집약되어 있다.     따라서 공정위, 금감위, 검찰, 법원 등에 아무리 유능하고 공평무사한 사람을 갖다 놔도, 기업들의 국내투자와 정규직 직접 고용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데는 한계가 있다.   기업 간 격차도 장하성(청와대 정책실장)이 주범으로 지목하는 ‘재벌대기업의 불공정하고 불법적인 행태’ 보다는 생산성 격차, 국가규제, 갑을 간 대항력 격차가 주범이다. 무엇보다도 기업 능력 격차가 아무리 커도, 직무에 따른 근로조건의 표준이 있으면 양극화는 덜한 법인데, 불행하게도 한국에서 임금 등 근로조건은 단결투쟁력으로 쟁취하는 어떤 것이다. 힘이 있으면 신의 직장을 만드는 것을 능사로 안다. 한마디로 고용임금 패러다임이 약탈적, 지대추구적이다. 하지만 노동시장의 이중화의 수혜자 내지 지대수취자가 대부분인 촛불의 주류는 이런 ‘사회적 약탈’을 조장하는 시스템에 대한 문제의식이 별로 없다. 단적으로 공무원, 공기업, 우월적 지위를 가진 대기업과 원청기업에 주로 포진한 조직노동과 규제산업, 면허직업 종사자들은 자신의 직무에 따른 적정한 몫 개념이 없다. 하나 같이 더 받는 사람들을 표준으로 삼으며, 자기들은 덜 받는다고 아우성이다. 공무원, 공기업, 교수들은 현대기아차 조합원을, 현대기아차 조합원들은 별 것 아닌 일을 하면서 수백 억원의 연봉을 챙겨가는 재벌 총수들을 가리키면서, 자신들은 적어도 불법적 수단으로 번 것이 아니라면서, 문제 삼지 말라고 한다. 이런 고용임금 패러다임에서는 능력있는 사람이 창업이나 민간 기업 취업을 기피하기 마련이다. 능력있는 기업이 국내 투자와 고용을 기피하기 마련이다. 일자리 문제는 악화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촛불 주류의 열망인 ‘민주주의 완성’ 이 아니라 ‘일자리 문제 해결’이 시대정신이자, 대중적 열망의 본질 임을 안다. 이는 참여정부 당시 광장의 요구였던 ‘민주주의 완성’을 온전히 받아 안아, 도덕적 신뢰를 앞세우고 탈권위주의적 행보를 한 노무현 정부의 좌절로부터 교훈을 얻었기 때문이다. 그 교훈의 핵심은 대중의 표층 요구(악당 척결, 청산, 궤멸과 세월호 기간제 교사 순직 인정 등)와 심층 요구(일자리 문제 해결)가 다르다는 것이다. 그래서 문재인 대통령은 대중 정치인답게 표층의 요구에 어느 정도 영합 하면서, 심층 요구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것처럼 보인다. 당연히 현명한 처신이다. 잘한다. 그런데 문제는 일자리 문제에 대한 진단과 처방이 현실과도 너무 멀고, 우리 사회가 축적한 정책적 경험, 지혜와도 너무 멀다는 것이다. 이 거대한 충돌을 해결하지 않으면 문재인 정부는 우리가 익히 보았던 역대 정부가 걸어간 전철을 훨씬 빠른 속도로 밟게 되어 있다.   게다가 문재인에 열광하는 사람들의 요구와 정서도 충돌의 폭발력을 키울 가능성이 높다. 법, 상식, 원칙에 너무 반하고, 그 언행은 너무 사납고 무례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18원 후원금, 기간제 교사 2명 순직 인정 환호와 언론인과 밉보인 정치인에 대한 "홍위병/문위병 난동"이 그런 것이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정당한 비판조차, 적폐 기득권 세력의 공격으로 간주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문재인 정부가 이런 거친 움직임에 영합할만큼 어리석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어떤 정부 보다 광장의 함성과 환호에 크게 휘둘릴 가능성은 있다.    

 

불평등, 양극화, 일자리 문제와 문재인 정부 정책의 충돌

둘째, 진짜 문제는 문재인 정부가 정치 생명을 건 일자리 문제가 문재인-민주당-촛불 주류의 철학, 가치와 완전히 충돌한다는 것이다. 목마르다고 마신 바닷물처럼 문제를 더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는 기본적으로 지독한 비정상(한국식 정규직, 특히 공공부문)을 정상으로 여기고, 그 비정상을 유지, 확대하려고 하기때문이다. 공공부문 81만개 일자리 정책이 대표적이다. 일자리 문제를 "좋은 일자리 부족"으로 규정하고, 민간에서 좋은 일자리를 잘 안 만드니 공공에서라도 만들어야 한다는 논리 자체가 철저히 국민전체도 국가경제도 모르는 배부른 성안 사람들의 문제의식을 받아 안은 것이다. 그러니 정부 예산과 공기업 지출로 810만개의 나쁜 일자리 전반을 개선하는 정책을 펼치지 않고, 81만개의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정책을 펼 치는 것이다. 저임금 문제 해결하기 위해 3년내 최저임금을 60%가량(1만원) 인상하자는 정책, 청년고용할당제 정책, 공공부문의 솔선수범론 등도 그런 범주다. 사실 인천국제공항공사의 7천명 가까운 간접고용(협력업체 정규직) 문제만 하더라도, 직무별 근로조건의 표준 개념 없이, 힘이 허용하면 신의 직장을 만들려는 충동--이건 본질적으로 국민에 대한 약탈이다--이 들끓는 한, 적어도 다른 공기업 보다는 인천공항공사가 훨씬 나은 형태로 운영해 왔다고 보아야 한다. 만약 다른 공기업처럼 운영했다면 지금 쯤 1만명이 근무하는 신의 직장이 되어, 국민들의 고혈을 빨아 먹고 있을 것이다. 지금은 양반은 1200명에 불과하고, 7천명이 중인 내지 상민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한국에서 불평등, 양극화, 일자리 문제는 크게 네 개의 뿌리에서 발원한다. 첫째, 지불능력의 원천인 생산물(상품서비스) 시장의 생산성 격차와 대항력 격차에 따른 지대추구(이른바 갑질), 둘째, 노동시장에서의 시장원리의 부재 내지 왜곡, 셋째, 모든 불균형의 조정자인 공공부문과 국가규제의 오작동, 넷째 국가자산과 가계자산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부동산 시장과 기회의 재분배 기능을 담당하는 금융시장의 오작동이다.   그 동안 민주, 진보, 노동을 간판 가치로 삼아온 정치세력과 공공을 간판으로 하는 공공부문 종사자들은 주로 생산물 시장의 핵심인 재벌대기업의 불법적이고 부당한 행태(갑질 등)를 원흉으로 지목하고, 공공부문의 적극적 역할과 국가규제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불평등, 양극화, 일자리 정책에 집약적으로 나타난다.   그런데 현실을 뜯어보면, 한국 특유의 불평등, 양극화, 일자리 문제의 핵심 내지 킹핀은 약탈과 억압을 내면화 한 노동시장및 공공부문과 기득권 편향적 국가규제다. 민주, 진보, 노동, 공공이 불평등/양극화의 독박을 씌우려고하는 생산물 시장의 생산성 격차와 대항력 격차(갑질)과 사익편취는 오히려 부차적이다. 부동산시장과 금융시장의 오작동도 부차적이다.   문제가 없다는 것이 아니라, 둘째, 셋째 문제인 노동시장과 공공부문과 국가규제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문제가 덜 하다는 것이다. 노동시장에 시장원리가 관통하고(이게 부문, 산업, 지역 차원의 직무에 따른 근로조건의 표준이다), 공공부문에 민주공화주의 원리가 관통하면 생산물 시장과 금융시장 등의 문제는 획기적으로 해결된다.  

선진국에서는 기업과 개인의 소득(이윤과 임금) 격차는 산업, 기업, 직업의 생산성 격차와 개인(노동)의 생산성 격차와 직결되어 있다. 시장원리가 잘 작동하기 때문이다. 기업의 생산성 격차가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직장계급 사회를 만들지는 않는다. 같은 경비, 청소, 운전 업무를 해도 소속직장에 따라 근로조건이 천양지차가 나지 않는다.   선진국은 공공부문과 국가규제도 민주공화주의 원리에 따라 잘 작동한다. 따라서 국가규제에 의해 좌지우지 되는 금융시장도 불평등, 양극화, 일자리 문제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그러나 한국은 자원을 분배하는 주요 영역(시스템)에서 시장원리와 민주공화주의 원리가 잘 작동하지 않는다.   한국 노동시장에는 수요와 공급 원리 내지 노동력의 양과 질(직무)에 따라 정해지는 시장가격이 없다. 시장가격이 없으면 공적인 힘(정치)의 원리나 사적인 힘(약탈과 억압)의 원리가 가격을 결정한다. 말은 그럴 듯 해보이지만, 사람 값이 소속 집단에 따라 천양지차가 나는, 그야말로 무법 천지가 된다.   공공부문의 이윤과 임금은 원래 정치 원리에 의해 정해지는데, 시장원리를 아예 내친 사회주의 국가의 경험에서 보듯이, 결코 효율적이지도 정의롭지도 않는 사회를 만든다. 더군다나 한국 정치의 덕성과 지성에 비추어 볼 때, 공공부문의 이윤과 임금에서 효율과 정의가 존재할 리가 없다. 한마디로 시장원리가 작동하지 않으면 사적인 힘의 원리, 힘센 기득권 집단의 논리가 작동하는 무법천지가 된다. 강자에 의한 약탈과 억압이 만연하게 되어 있다. 이는문재인 대통령의 문제만이 아니다. 한국 사회의 민주,진보,노동,공공의 주류적 가치정책 패러다임이 현실 내지 상식에서 너무 멀어져 있다.   요컨대 문재인 정부가 직무별 근로조건의 표준 개념 없이, 공기업 자회사 직접 고용을 하든지 아니면 전체를 인천공항공사 직접 고용으로 가 버린다면, 공기업에 의한 국민 약탈 행위를 오히려 조장한 수구/진보/반동적 옹호적 정책 행위로 기록될 것이다. 단언컨대 문재인/민주당 정부를 뿌리채 흔드는 강도 9의 지진과 화산은 바로 이 충돌에서 생겨날 것이다. 그 때는 광화문 광장이 촛불이 아니라, 성밖 사람들이 몰려나와 찌그러진 냄비와 깨진 솥단지를 두드리며 "진짜 못 살겠다 갈아보자"면서 시위를 할 것이다. 문재인을 지지하지 않았지만, 희망이 너무나 갈급하고, 민주적인 절차에 순응하기에 문재인 정부가 제발 잘해주기를 학수고대하는 59%가 분노하면 강도 9의 지진과 쓰나미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  

 

  시스템과 리더십의 충돌

셋째, 시대는 시스템 개혁을 요구하는데, 문재인은 내가 아는 한 시스템과 사람/리더십의 상호 관계에 대한 이해력이 가장 떨어지는 정치인 중의 한 사람이다.   프랙탈(fractal)이란 작은 구조가 전체 구조와 비슷한 형태로 끝없이 되풀이 되는 구조를 말한다. 국가의 시장 및 사회에 대한 압도적으로 우월한 지위는 지방(지자체)에서도, 시장에서도, 사회에서도, 층층시야 행정 관료 조직에서도, 대법원 등 사법 조직에서도, 그외 수많은 조직에서도 되풀이 된다. 재벌대기업(원청)은 1차 협력업체에게, 1차는 2차에, 2차는 3차에 갑질을 한다. 물론 “을”이라 하더라도 거부권=대항력이 있으면 갑질이 먹힐 리가 없다. 하지만 한국 사회는 갑이 구조적으로 우월한 지위에 있다. 그래서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갑질이 통하는 사회다.   이 무한갑질 구조의 최정점에 대통령과 중앙정부가 있다. 대통령이 갑질을 멈춘다고 해서 층층시야 무한갑질 구조가 깨지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문대통령은 한국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근본적으로 왜곡하는 이 강고한 구조를 혁파할 의사도 능력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오히려 이 구조를 활용하여 자신의 가치를 실현하려고 하는 것이 분명하다. 역대 대통령들을 예외없이 비극의 주인공이 되도록 만든, 이 시스템에 대한 문제의식조차 없다면, 역대 대통령들을 덮친 비극은 철의 법칙처럼 반복될 것이다. 지금이야 박근혜와 차별화 하기 쉬운 통치 스타일 개선에 진력하는 것은 자연스럽기도 하고, 또 잘하는 일이다. 정말 돈도 별로 안들고, 박근혜 통치 스타일에 실망하던 시민들이 환호/감격 하니 이 보다 가성비 뛰어난 행보()도 없을 것이다. 광화문 청사, 격의없는 소통, 현장 방문, 시장 좌판에서 막걸리 대화 등 앞으로 수없이 펼쳐질 것이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국민의 본질적 요구가 아니다. 한마디로 밥이 아니라 청량음료 일뿐이다.   사실 공공부문 81만개 일자리, 인천공항 비정규직 1만명 정규직 전환 지시, 비정규직과 노조 문제, 최저임금 1만원, 사내유보금 문제, 국민연금 문제, 일자리 상황판 등에 대한 언설을 보면, 문대통령의 한국의 경제사회 시스템에 대한 인식이 우려스러울 정도로 얕다는 느낌을 준다.  

문제인 대통령은 후보시절인 조선일보 인터뷰(2017.1.105) 에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귀족 노조, 정규직 노조가 양보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데”라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그 사람들이 양보하면 어떻게 되는데요그러면 비정규직 봉급이 올라가나그렇게 하고도 막대한 사내 유보금을 쌓아두는데 사내 유보금은 어디다 쓰나우선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규직, 비정규직의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  

“귀족 노조, 정규직 노조가 양보”해도 비정규직 봉급이 올라가지 않기에,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 해소”는 상층의 양보(하향)와 하층의 상향을 기조로 하는 중향평준화가 아니라, 상향평준화를 의미한다고 보아야 한다.  

"대기업 노조 등 노동 개혁" 관련 기자의 질문에는 이렇게 답했다.

"맞는 말이긴 한데 균형이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노조 조직율이 10%다. 그 가운데 방금 말한 대기업 노조가 얼마나 될 것이며 그 가운데 일자리 대물림 하는 대상이 얼마나 되겠나. 그런 점은 노조에서도 바로잡아야 될 문제이고 고임금 소득자들이 파업을 계속 반복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그런 현상이 우리 경제를 어렵게 만든다는 것은 극히 일부다. 오히려 전체적으로 공정하지 못하다. 아직은 노동자들의 권익이 열악하다. 전체를 균형있게 봐야한다. 아직도 수없이 많은 노동자들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정리해고 당하고 정년이 60세로 돼있지만 평균 퇴직 연령이 52세다. 법적 정년도 제대로 못채우고 직장에서 밀려나는 현실인데 말하자면 극히 일부의 노동자들이 누리고 있는 점을 내세워 오히려 ‘노조가 문제야’ 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본다"  

그런데‘2015년 기준 일자리행정통계’(2016.12.7)는 한국의 고용불안정성이 국가규제(법적 정년과 단속 등)로 간단히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2015년 한 해에만 기업체 소멸 또는 사업축소로 사라진 소멸일자리가 3,297천개였다. 산업별로 보면 제조업 644천개(19.5%), 도매 및 소매업 535천개(16.2%), 건설업 439천개(13.3%), 숙박 및 음식점업 348천개(10.6%) 순이었다.근로자 중심으로 보면 2015년 기준 근속기간 1년 미만6,509천개(28.1%), 1~3년 미만 6,536천개(28.2%), 5~10년 미만(13.9%), 10~20년 미만 (12.0%), 3~5년 미만(11.5%), 20년 이상(6.4%) 순이었다.   한반도 북단이든 남단이든 최고 권력자가 드라이브를 걸면, 감히 NO라고 말하지 못한다. 벌거숭이 임금님 현상이 벌어진다. 통계 분식, 장난과 여론 조작도 하게 되어 있다.그렇기에 핵심 가치의 진척 정도를 한 눈에 보는 상황판을 만들려면, 모든 것이 뭉뚱거려져 나타나는 결과 상황판이 아니라, 좋은 결과의 발목을 잡는 원인, 애로, 고질병 개선 상황판을 만들어야 한다. 대통령은 원인을 챙기고, 국민은 결과를 챙기는 법이다.   그 외에도 대선 전의 기대와 달리 연정과 협치 개념이 실종 상태인 지금의 행보도 노태우부터 박근혜 정부가 겪은 구조적 어려움을 안다면 할 수없는 행보다. 통치(리더십) 스타일이 아니라 시스템을 바꾸야 문재인 정부도 살고, 대한민국도 살 텐데, 문재인 민정수석, 비서실장, 야인, 의원, 당대표, 후보를 오랫 동안 지켜본 바로는 이 점이 여간 걱정스럽지 않다.  

 

  세계적인 흐름과 문정부 노선의 충돌

넷째, 세계적인 흐름과 문재인 정부의 노선의 충돌이다. 사실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에는 시장, 자유, 개방, 유연, 공정(위험과 이익의 균형) 가치를 존중하는 우파 정권이 들어섰다. 1990년대 유연한 진보, 성찰적 진보 정권들이 풍미하던 시대와 분명히 다른 흐름이다. 물론 그 이유가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본 바탕이 사회주의/국가주의라서 당연히 시장, 자유, 개방, 유연, 공정 가치를 중시하게 되어 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의 노선은 세계적인 흐름과 완전히 어긋난다. 공공부문 81만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청년고용할당제, 최저임금 3년내 60%인상, 휴대폰 원가 공개(아직은 미정) 등은 정말 특이한 행보가 아닐 수 없다.    

 

노무현과 문재인의 충돌

다섯째, 노무현의 정신/방법과 문재인의 그것이 꽤 어긋난다는 것이다. 노무현은 정신은 그대로지만, 그 방법은 전기와 후기가 꽤 다르다. 그것도 봉하에 내려간 이후는 더 다르다. 문재인은 노무현의 정책적 고민과 성찰을 너무 모르는 것처럼 보인다.그런데 사람들은 문재인과 노무현이 절친 이었다는 이유로 대충 비슷하게 생각하는 것처럼 보인다.   대개 성격이 강하고, 격한 사람은 자신과 비슷한 성정의 사람과 친구하지 않는다. 무의식적으로 핵심 가치(정의)는 서로 존중하지만, 성정과 행동 스타일은 전혀 다른 사람끼리 친구가 된다. 전두환과 노태우 관계처럼 노무현과 문재인 관계도 그렇다. 문재인에서 노무현을 기대하는 사람은 꽤 실망할 것이다. 결정적인 시기에 노무현은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걸고, 대의를 위해 치고 나가면서 국면을 바꾸곤 했는데, 문재인에게서는 끊임없이 좌고우면, 엉거주춤 하는 장면만 보게 될 것이다. 뭐 이 정도야 큰 충돌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어쨌든 이런 5개의 치명적인 부교합과 충돌, 그리고 문재인의 부실한 리더십으로 인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니 민심은 이반할 것이고, 따라서 표를 먹고 사는 민주당이 안정될래야 될 수도 없을 것이다. 당연히 국민의당이나 바른정당이 지금처럼 헤메면 문재인과 민주당에 등 돌린 민심은 자유한국당으로 건너뛰게 되어 있다. 나는 서로 적폐의 본산이라고 삿대질 하면 싸우는 자유한국당이나 민주당이나 대한민국 문제를 풀 수 없는 존재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홧김에 서방질하는 민심에 기대어 정권을 단순 교대하는 것은 민족적 불행이라고 생각한다. 문재인/민주당 정부가 이 부교합과 충돌을 슬기롭게 잘 해결해 나가기를 바라고, 국민의당이나 바른정당은 제대로 혁신해서 새로운 희망과 대안이 되어 주기를 바랄 뿐이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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