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의 무지? 착각? 또는 꼼수?

이준석은 불필요한 분열을 만들고, 자신의 강점을 살리지 못하고, 윤석열과 유승민을 한 바구니에 우겨 넣었다

김대호 승인 2021.06.07 19:02 | 최종 수정 2021.06.08 08:55 의견 0

2021년 이준석에 대한 과도한 흥분, 기대와 2011년 안철수에 대한 그것은 닮은 곳이 많습니다. 그런데 두 사람이 각각 딛고 있는 스토리의 차이가 너무 납니다. 안에 비해 이의 스토리가 너무 보잘 것 없습니다.

두 사람의 스토리(수준)의 차이는 한국 정치(정권과 양대 정당) 수준의 퇴락, 퇴행의 증거 입니다. 그만큼 분노와 실망이 많이 축적되어 있다는 얘깁니다. 2016년 박근혜 탄핵을 향해, 전후좌우 보지 않고 우우 몰려갔던 비이성적인 분노와 흥분이 2021년 이준석현상에서 그대로 재연되는듯 합니다. 묻지마 기대, 환호, 분노입니다.

세대교체론과 정치인 자격시험론은 웃고 넘어 갈 수 있습니다. 4.3에 대한 발언은 역사를 제대로 공부하지 않았기에, 화석 586운동권을 성토하면서도 실은 역사현실 인식에서는 화석 586운동권의 아바타에 불과하다는 것을 말해 줍니다.

가장 심각한 것은 탄핵과 관련된 발언입니다. 긴 얘기 짧게 줄이면 유승민, 김무성 등에게 면죄부를 주려고 윤석열에게 큰 상처를 냈습니다.


사실 반탄을 주장한 의원도, 찬탄을 주장한 의원도 탄핵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습니다. 법리, 절차, 정치도의, 정치전략도 문제지만 가장 결정적인 것은 탄핵의 결과(문정권의 폭정과 보수 정당의 사분오열, 반목질시, 지리멸멸, 반기문의 출마포기, 바른정당의 실패 등)가 너무나 참담하다는 것입니다. 선의를 근거로 결과에 대한 책임을 모르쇠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경범죄로 3심끝에 사형당한 사람을 살릴 수 없다는 이유로 혹은 3심을 거쳤다는 이유로 사형은 정당하다고 주장하지 않습니다. 억울한 사형수의 누명을 벗겨주려는 시도를 폄하하지 않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준석이 왜 쓸데 없는 발언을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준석에 대해 탄핵 책임을 묻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당시 의원도 아니었고, 주요 당직을 맡지도 않았습니다. 나이도 불과 31세 였습니다.

이준석은 오히려 5.18 뿐만 아니라 탄핵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운 자신의 입지를 얼마든지 살릴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자신에 대한 과도한 흥분, 환호, 지지를 뒷배로 하여 유승민, 김무성의 허물을 씻어주려 한듯합니다. 설상가상으로 탄핵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의외로 자유로운 윤석열을 한 바구니에 넣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정권교체를 위한 정치 연합, 통합에 완전히 역행하는 일을 한 것입니다.

윤석열은 박근혜 탄핵&구속 수감 이후 별건 구속으로 구속 기간을 연장하고, 공직선거법과 국정원 특수활동비로 중형을 때리고(수사 과정에서 정말 가혹하긴 했습니다), 말 세필을 가지고 경제공동체-묵시적 청탁의 법리로 중형을 구형하여 김명수 대법원으로부터 중형선고를 받아냈습니다. 김명수 대법원이 아니었다면 무죄가 나올 수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2017년 윤석열의 자리(서울중앙지검장)에 그 어떤 검사를 갖다 놔도 죽은 권력에 대한 가혹한 처벌은 오십보 백보 였을 겁니다. 하지만 검찰총장(2019년 7월25일이후)으로서 문정권의 엄청난 압박을 견뎌낸 것은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래서 윤석열에 환호하고, 그가 (구속된 박통과 박정권 주요 인사들에게) 한 가혹한 수사, 기소, 구형에 대해서는 그 누가해도 할 법한 짓이니 관대한 것입니다. 윤석열이 정당했다는 얘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권력이 검찰을 사냥개로 부려온 현실에서 보통 사람들이 느끼는 판단을 얘기하는 것입니다.

이준석의 탄핵 및 윤석열 관련 발언에 대해서 윤석열을 꽤 불쾌했을 것 같습니다. 윤석열을 위하는 척 했지만, 실은 유승민을 위한 발언이었습니다. 4.3 관련 발언 등은 여전히 586운동권의 그늘 하에 있다는 것을 말해 줍니다. 아직 사상이념적으로 독립된 정치인 같지는 않습니다.

어쨌든 변화, 개혁, 새인물에 대한 열망이 이준석으로 쏠리는 것을 겸허하게 혹은 담담하게 인정하는 것은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 이후 국힘당과 20대 대선과 한국사회에 대한 걱정을 내려놓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살면서 거듭거듭 절감하는 것은 기업이든, 정당이든, 국가든 리더의 영성, 지성과 실력이 안되면 그 행운(흥분, 기대, 환호 혹은 분노, 공포에 따른 과도한 지지 등)이 오래 못간다는 것입니다.

국가운영체제와 수많은 어플(개별 정책)들을 꽤 길게 연구, 고민해 온 사람으로서 한국 정치판에 소명정치, 경세정치, 책임정치 개념 자체가 사라진 것이 여간 걱정스럽지 않습니다. 박근혜와 문재인의 실패(그 패악은 문재인이 만배는 더하겠지만)를 목도하고서도, 국가경영이 얼마나 어렵고 준엄한 책임이 따르는 일인지 인식은 여전히 흐릿하고, 공직은 젖과 꿀이나 사약과 오랏줄을 맘대로 휘두르는 자리쯤으로 여겨지니.......

제가 박근혜 정부 시절 '기승전박까' 소리를 들은 것은 박정부가 할 수도 있고, 해야 하는데 안하는 것을 너무 많이 봤기 때문입니다. 한 일도 시늉이었습니다. 한 일 중에 잘못한 일도 많습니다. 물론 그래도 문재인 정부 보다야 만배는 나았습니다. 국가에, 대통령에, 관료에, 행정부와 국회에 너무 많은 권한이 집중된 대한민국에서는 대통령의 경륜이 너무나 중요합니다. 문재인정부는 그 권한을 너무나 남용해왔고, 할 수있는 일을 안하므로서 시간을 너무 낭비했습니다. 누가해도 문재인 보다야 낫겠지만, 위기가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대한민국 현실을 생각하면, 이렇게 준비 안된 지도자들이 계속 대통령 자리에 올라가는 것이 여간 걱정스럽지 않습니다.

중국 공산당이 지도자를 키워내는 시스템을 보고, 유럽 의회책임제 정당에 축적된 국정노하우와 청년 정치인 훈련시스템을 보고, 미국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큰 시장, 뿌리깊은 지방자치와 보충성 원칙, 수많은 정책연구소가 오랫동안 축적한 국정노하우를 보다가, 한국의 깡통 정당과 깡통 스타(과거 안철수와 지금의 이준석)을 보는 것도 끔찍한데, 이젠 대통령 출마 자격 요건을 40세 이상으로 한 이유도 망각하는 것을 보면, 나라의 미래가 더 끔찍합니다. 하기사 중진의원이라고 해도 별로 다를 바 없으니!!

성찰하고 반성하고 화해/관용을 통해 통합에 도달할 수 있고, 도달해야 합니다. 이준석이 당대표가 되어도, 이준석/유승민/김무성의 논리가 탄핵의 치명적인 문제점을 다 없앨 수 없습니다. 문재인이 탈원전 공약을 하고 대통령이 되었다 해서 국민 전체는 커녕 41% 지지자들조차도 탈원전에 다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마찬가지로 탄핵이 정당하다는 이준석을 당대표로 지지한다고해서 이준석의 모든 발언을 다 지지 하는 것 아닙니다. 제가 아는 수많은 사람들이 이준석을 지지하는 이유는 이준석의 젊음과 당돌함(패기)입니다. 이준석의 수많은 발언이나 판단 전체를 지지해서가 아닙니다. 오히려 반대하는 것도 많습니다. '탄핵 정당正當'론이나 '탄핵 역적 62명 척결'론이나 공히 불순하고 분열적이긴 마찬가집니다. 역사적 비극에 대한 성찰반성이 완전히 결여된 주장입니다.

이준석은 역사에 무지하고, '탄핵 정당' 운운하며 책임정치를 망각하고, 불필요한 분열을 만들고, 무엇보다도 자신의 강점(탄핵 책임으로부터 상당히 자유로움)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탄핵의 진짜 기폭제였던 검찰(서울중앙지검장 이영렬)의 박근혜-최순실-안종범 공동정범 규정(2016.11.21), 국회 탄핵소추 의결(2016.12.9), 헌재의 탄핵(2017.3.10)도 끝나고, 박전대통령이 구속수감 된 이후인 2017년 5월에야 비로소 서울중앙지검장 자리에 오른 윤석열의 탄핵 책임이 막중한 듯 얘기합니다. 윤석열은 박전대통령 구속수감 이후 가혹한 수사, 기소에 대한 책임은 있을 지언정 탄핵 책임은 별로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탄핵 책임에 관한한 차원이 다른 윤석열과 유승민& 김무성을 한 바구니에 우겨 넣었습니다. 사실과도 다를 뿐 아니라 정치전략적으로도 어리석기 짝이 없습니다.

진정한 용기는 과거 자신의 판단과 행위를 옳았다고 무조건 우기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의 착각, 정보 부족 등으로 인한 오판을 과감하게 반성하는 것입니다. 진정한 지성은 인간의 지적, 윤리적 한계를 겸허하게 인정하고 치열하게 성찰하는 것입니다. 진정한 정치인은 자신의 선의가 아니라 결과를 냉철하게 직시하는 사람입니다. 진정한 용기와 지성이 없는 사람은 청년이 아닙니다. 정치행위의 결과에 눈을 감는 사람은 정치인의 기본이 결여된 사람입니다.

<저작권자 ⓒ사회디자인연구소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