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선거론자와 윤석열을 극도로 혐오하는 자들의 공통점

-자신의 도덕적 우월성을 확신하는 사람들보다 더 위험한 존재는 없다-

김대호 승인 2021.11.02 17:27 | 최종 수정 2021.11.02 17:28 의견 0

얼마 전에는 '4.15총선은 1960.3.15총선과 별로 다르지 않는 부정선거'라고 주장하는 분들과 격전을 치렀는데, 요즈음은 '윤석열은 이재명과 별로 다르지 않은 양아치요, 대선 필패 카드'라고 주장하는 분들과 얼굴을 붉히고 있습니다.


두 부류 다 저랑 오랫동안 좋은 관계를 형성해 온 분들인데, 아무래도 당분간 몹시 서먹서먹한 관계가 될 것 같습니다.


부정선거론자와 윤석열 극혐자(다수는 홍준표 지지자)들은 대체로 앙숙인데, 의외로 비슷한 점도 많습니다.


무엇보다도 자기 확신이 강합니다. 그래서 반대자들(윤석열 지지자나 부정선거론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을 무슨 바보, 멍청이, 무뇌아 취급을 합니다. 분노, 혐오, 비난, 폄하를 격렬하게 뿜어냅니다. 단적으로 윤석열을 자질과 경륜이 좀 부족한 후보 정도로 보는 것이 아니라, 거의 이재명급 악당으로 봅니다.


두 부류 모두 확신의 근거는 디테일 입니다. 전자는 개표 과정에서 나온 비정상적인 투표지나 특이한 개표 결과(수치)를 들이밀고, 후자는 윤석열과 아내 및 장모와 얽힌 이러저러한 추문을 들이밉니다.


직관적으로는 과도한 해석이요, 실사구시가 필요한 주장이라는 느낌은 듭니다. 하지만 티테일을 모르면 반박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주장자들의 확신과 분노도 강하고, 자칫 집단 다구리를 당하기도 해서 대부분은 논쟁을 회피합니다. 하지만 개인적인 경험이긴 하지만, 주장(판단)의 근거를 꼬치꼬치 캐물으니, 의외로 허술하고 비약이 심하더군요.


저는 윤석열에 대한 큰 기대도 없지만, 그렇다고 큰 혐오도 없습니다. 홍준표도 마찬가집니다. 솔직히 홍준표에 대한 호감과 기대가 윤 보다 좀 더 많았습니다. 그런데 최근 몇 개월 동안 홍준표의 언행을 보면서 고개를 설레설레 젖게 되었습니다. 원희룡이 마지막 토론회(10.31)에서 쏟아낸 말(80년대행 완행열차, 빈깡통, 역겨움 등)이 바로 제가 하고픈 말입니다.


그런 점에서 국힘당 경선은 윤석열의 승리가 아니라 홍준표의 패배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윤석열은 멋진 플레이를 하지도 않았고, 골을 넣지 않았는데, 홍준표는 더티 플레이를 하다가 자살골을 넣었습니다. 홍준표가 웬만만해도 이기는 판인데, 유감스럽게도 웬만하지 않았습니다.


윤석열 지지자들은 상대적으로 덜 독선적입니다. 생각이 다른 사람(다른 후보 지지자)들을 바보, 멍청이, 무뇌아들이라면서 분노하거나 혐오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충분히 할만한 지지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가진 표가 하나 밖에 없어서 유감이라고 생각할 겁니다. 하지만 윤석열 극혐자들은 표가 10표가 있어도 윤에게만은 한표도 주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윤석열 지지자 중에서 윤을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눈높이를 많이 낮춘 선택이라, 차선이거나 차악으로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안철수, 박근혜, 문국현, 노무현, 김대중 지지자 중에는 이들이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광적인 지지자들이 제법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 점에서 윤이 후보가 되면 원팀 구성이 그리 어렵지 않아 보입니다. 경쟁 후보들에 대한 존중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증오, 혐오, 폄하, 무례를 엄청나게 뿜어낸 홍이 후보가 되면, 생양아치를 지지한 바보, 멍청이, 무뇌아들과 어떻게 원팀이 될 지 모르겠습니다.


저야 누가 되든 저의 재주가 도움이 된다면 기꺼이 도울 것입니다. 물론 최고의 원팀은 이름 그대로 원희룡이 후보가 되면 되는데, 솔직히 그 가능성이 좀 희박해 보입니다. 1, 2위 간의 사활을 건 전쟁으로 인해 3위, 4위 후보들은 실제 받는 지지율 보다 많이 낮게 나올 것 같아 걱정입니다.


제가 어디 캠프에 들어간 것도 아니요, 후보들과 무슨 악연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단지 문정권과 이재명에 분노하고, 시대적 과제에 대해 연구고민을 많이 한 사람의 소신과 판단을 얘기했을 뿐입니다. 그럼에도불구하고 경선 후유증이 만만치않을 것 같습니다. 부정선거론자들과 격론으로 인한 후유증도 치유되지 않았는데.....정말 설상가상입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백번을 와도 제 행동은 다르지 않을 것 같습니다. 부정선거론자들과 윤석열 극혐자들은 자신과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좀 진지하게 알아 봤으면 합니다.


오늘 제 페친의 담벼락에서 본 글인데, 와 닿는 바가 있습니다.
"정치의 가장 근본적인 과제는...... 사악을 통제하는 일이 아니라 정의를 제한하는 일이다." 나치 당원, 자코뱅 당원, 이란의 근본주의 성직자 등 혁명을 일으킨 사람들은 한결같이 독선적이었다. 키신저는 자신의 도덕적 우월성을 확신하는 사람들보다 더 위험한 존재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들은 반대자들의 도덕성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로버트 카플란, <무정부 시대가 오는가>(2001))


"먹고살만한 나라 중 정치적으로 반대당을 지지하는 사람에게 적개심을 느끼는 정도가 미국과 한국이 가장 심하다"는 기사를 인용한 글도 봤습니다. 정치적 반대자들에대한 적개심이 한민족의 종특은 아닌 것 같아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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