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의 단일화 결렬 선언(2022.2.20) 논평

구체제 종식과 정치, 공공, 연금, 노동, 교육개혁이 진심이라면 담판에 의한 DJP식 단일화를 해야!

김대호 승인 2022.02.21 08:58 | 최종 수정 2023.02.11 10:03 의견 0

안철수의 긴급 기자회견문(단일화 제안 철회와 완주 의지 천명) 전문을 두어번 정독했습니다. 저는 안철수 보다는 안철수 주변에 모인 선수들과 안철수를 지지하는 사람들에 대해 특별한 애정과 기대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대통령이 갖춰야 할 덕목에 대해서는 누구 못지 않게 눈이 높은 사람이라, 허물 까대기 시합을 하면 메달권에 들 자신이 있습니다. 안철수의 허물에 대해서도 그 누구 못지 않게 잘 압니다. 안철수의 멘토로, 동지로, 부하로, 컨설턴트로, 동기-동문-동업자 등으로 같이 일을 해 본 사람들의 얘기(주로 험담)도 정말 많이 들었습니다. 이건 윤석열, 이재명에 대해서도 마찬가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철수의 강점, 장점은 많이 있고, 당연히 역사적 역할이 있습니다. 안철수와 함께 하는 사람들과 지지자들의 역사적 역할은 더 큽니다. 그래서 이 글을 씁니다.


기자회견문 행간에 흐르는 생각이 아니라 기자회견문에 흐르는 논리에 대해서만 논평 하겠습니다.

안철수의 착각과 오판이 집약된 대목은 이 부분입니다.

"저는 구체제 종식이라는 시대적 요구 그리고 정권교체를 바라는 민심을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했습니다. 그 결론 또한 단일화 경선을 통한 정면 돌파였습니다. 누가 더 좋은 정권교체의 적임자인지를 국민의 선택에 맡기고 도전하는 것이 제게 주어진 숙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구체제 종식이라는 시대적 요구와 정권교체를 바라는 민심"이 현실적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방법은 "압도적 승리"를 위한 DJP식 단일화+공동정부 입니다. 민심이 현실적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담판에 의한 단일화지, (정몽준-노무현, 안철수-오세훈 둘 다 나가면 필패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한) 도박(ALL or Nothing) 단일화가 아닙니다. 민심은 "누가 더 좋은 정권교체의 적임자" 인지를 묻지 않고, "무엇이 더 확실하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 정권교체"인지를 묻고 있습니다. 물론 민심이 정답으로 생각하는 것은 "압도적 승리"를 위한 DJP식 단일화와 그 이후 공동(정부)인수위, 공동정부+지방선거 공동대응+민주당의 환골탈태를 통한 생산적 정치경쟁 구도를 만드는 것입니다.

안철수는 엉뚱한 질문(요구)을 하고, 답을 달라고 하니 윤석열이 답을 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구체제 종식과 이를 통한 정치개혁, 공공개혁, 연금개혁, 노동개혁, 교육개혁은 윤과 안이 힘을 합치고, 압도적 승리를 통해, 민주당이 정상화 되어야 가능합니다. 대통령이 좀 더 도덕적이고, 비전이 있고, 전문성이 있다고 해서 구체제 종식이 되는 것도 아니요, 정치개혁, 공공개혁, 연금개혁, 노동개혁, 교육개혁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상대편 실수에 의한 반사 이익에 편승하는 정치" 역시 압도적 승리와 180석 민주당의 환골탈태를 통한 선거제도 개혁 없이는 청산이 안됩니다.

안철수는 사람(후보)만 보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요컨대 자신과 윤석열과 이재명 중에서 "누가 더 도덕적이고, 누가 더 비전이 있고, 누가 더 전문성이 있는 후보인지" 봐 달라고 합니다. 그런데 대중은 후보가 올라타고 있거나, 함께하는 세력, 조직(정당)과 중용하는 사람(동지, 부하)들을 봅니다. 대중은 이를 가장 중요하게 보는데, 이는 후보의 인성, 덕성, 사회적 관계(소통, 공감, 배려, 거래)능력과 조직운영(논공행상) 능력의 산물입니다. 왜 국힘당원들이 홍준표, 유승민을 선택하지 않고, 게다가 도덕성에 관한한 거의 무결점에 똑똑하기로는 어깨를 견줄 자가 없는 원희룡을 선택하지 않고, 윤석열을 선택했는지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대중의 종합적 판단은 지지율로 대충 드러나 있습니다. 그래서 안철수가 이길 확율이 1%도 안되는 도박&꼼수 단일화를 하지 말고, 정권교체 확율이 99.99%가 되고, 지방선거 승리와 민주당 환골탈태 개혁 확율도 90% 이상이 되는 DJP식 단일화를 요구하는 것입니다.

저 같은 듣보잡이 단기 필마로 대선 후보로 등록해서 안철수에게 세력 보지 말고 사람(후보)만 보자면서 "누가 더 도덕적이고, 누가 더 비전이 있고, 누가 더 전문성이 있는 후보인지, 누가 더 차기 대통령의 적임자인지"를 묻는 단일화 경선을 하자고 하면 안철수는 웃고 말 것입니다. 그런데 사람(후보)이 딛고 서있는 정치세력은 보지 말고, 오직 인격, 삶, 비전 만 보자는 것이 말이 됩니까? 저 같은 사람의 제안이 경우에 맞지 않는 제안이듯이 안철수가 윤석열에게 한 제안 역시 마찬가집니다.

안철수는 자신의 "제안은 그렇게 오래 판단할 일이 아니었다"고 했습니다. "지금까지 국민의힘에서 해오던 방식대로 경선을 하고자 했기 때문"이라면서. 그런데 실은 윤석열이 답하기 정말로 곤란한 문제 였습니다. 거듭 말하지만 오세훈-안철수 단일화 때와 전혀 다른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안철수의 제안이 설득력이 있으려면 안철수가 독자적으로 20% 내외의 지지율을 기록하여, 윤과 안 둘 다 나가면 필패 구도가 만들어져야 합니다.

안철수는 국민의힘 주변 사람들과 언론을 향해 정치모리배니 구태니 정치도의에 어긋나니 경우가 없는 짓이니 하면서 비난을 합니다. '기득권'이라는 표현을 무려 6번 썼습니다. '진심'이라는 말도 무려 5번이나 썼습니다. 아니 비열하고 비정하고 비루하기 짝이 없는 한국 정치를 10년 이상 하신 분이 왜 이러십니까? 모리배, 구태, 정치도의 짓밟기, 경우에 어긋난 짓하기, 기득권의 횡포는 상수라는 것을 여태 모르고 정치 하셨습니까?

동기 논리가 아니라 결과 논리(책임)가 압도적으로 중요한 정치판에서 약방(동기 논리)의 감초 격인 '진심'을 왜 이리 많이 사용하시는지?? 이재명도 적어도 지금 이 순간에 하는 말들은 진심일 것입니다. 대통령만 시켜주면 정말 잘 하겠다는 생각으로 가득차 있을 겁니다. 하지만 대중은 이재명이 살아온 궤적을 보고, 이재명이 권력을 쥐었을때 어떻게 할지를 압니다. 대중은 이재명 보다 이재명을 더 잘 압니다.

안철수의 진심은 이재명의 진심과는 다를 것입니다. 하지만 안철수의 진심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적어도 기자회견문은 그 진심이 완전한 착각, 몰상식, 무경우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1987년 이후 정권교체 바람이 가장 거센 선거는 1997년과 2007년과 2017년과 2022년 입니다. 중간 중간 정권이 사실상 연장된 적도 세번이나 있었습니다. 정권교체 해도 개혁 제대로 못했습니다. 오히려 악화된 것 많습니다. 문제는 3번에 걸쳐 정권 재창출을 해도 마찬가지라는 것입니다. 대통령들이 안철수만큼 도덕성과 비전과 진심이 없어서 그리 된 것도 아닙니다. 개혁의 혼미, 지체, 실종, 역행은 좀 더 깊은 분석과 성찰이 필요합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안철수의 출마와 완주의 핵심 명분인 "구체제 종식과 이를 통한 정치개혁, 공공개혁, 연금개혁, 노동개혁, 교육개혁" 포부와 공언이 진심이라면 윤과 안이 담판에 의해 DJP식 단일화를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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