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장 이중구조와 노조(민노총 제4탄)

원청·하청간 '힘 격차'가 '임금 격차'로...한국만의 기형적 구조

사회디자인연구소 승인 2022.12.12 14:55 의견 0

근로기준법, 노동조합법, 최저임금법 등 노동관계법을 관통하는 정신은 사회적 약자·근로자 보호와 노사 간 무기의 대등성 원칙이다. 모든 국민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천명한 헌법 제10조와 제34조①항, 근로자의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보장한 헌법 제33조①항이 그 정신의 본산이다.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법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에 있는 사용자와 약자인 근로자 간의 계약에 국가가 개입하여 개별 근로자의 권리와 이익을 보호하겠다는 것이다. 노동조합법은 노조를 보호하고, 그 행위를 규율하여 근로자 집단 스스로 자신의 권리와 이익을 보호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 목적은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와 노사 갈등 완화=협력 강화이다.

하지만 헌법과 노동관계법의 대전제와 실제 결과는 철저한 실사구시(實事求是)가 필요하다. 진짜 사회적 약자는 누구이고, 노조의 실제 역할은 무엇이며, 무기 대등성 원칙은 어디로 갔는지 등. 노동시장 이중구조는 임금수준, 고용안정, 복리후생 등 근로조건이 좋은 곳(1차 노동시장)과 나쁜 곳(2차 노동시장)이 병존하면서 서로 이동이 어려운 구조를 말한다. 이동을 가로막는 장벽 또는 노동시장의 분단·분절구조를 만드는 요인은 세계 보편적인 것과 한국 특수적인 것이 있다. 전자의 대표는 경제의 세계화와 기술발전에 따라 점점 커지는 기업및 근로자 간 생산성(능력) 격차이다. 후자의 대표는 진짜 보호해야 할 약자가 누군지도 모르고, 시장환경과 산업구조 변화에 둔감한 노동관계법령과 법원의 법해석, 그리고 지극히 기형적인 노조이다. 근로자 집단을 2개로 나누어 근로조건을 비교하면, 한국은 정규직(내부자)과 비정규직(외부자), 대기업과 중소기업, 제조업과 서비스업, 수출산업과 내수산업, 규제산업과 비규제(완전경쟁) 산업, 공공부문과 민간부문, 조직(유노조)과 미조직(무노조) 간 이중구조가 심하게 나타난다. 학력이나 성(性)에 따른 격차는 상대적으로 적다. 노동시장에서 나타나는 모든 격차는 생산성과 경제적 지대(rent)의 중첩이다. 지대는 수요와 공급의 막힘이 없는 이상적인 시장의 가격과 현실의 시장가격의 차이다. 이를 초과이익 혹은 경제적 지대라 하는데, 제조업과 서비스업, 수출산업과 내수산업, 고학력과 저학력 근로자 간 임금 격차를 낳는 주된 요인은 생산성이다.

하지만 공공부문과 민간부문, 규제산업과 비규제산업, 유노조와 무노조, 그리고 원하청 간 힘(선택권과 거부권) 격차가 큰 자동차산업 가치사슬의 임금 격차는 지대가 주된 요인이다. 통계청은 20개 산업별로 중위소득과 평균소득을 발표하는데, 2020년(최신) 기준 전체 일자리 2,472만 5천 개의 평균소득은 320만 원, 중위소득 242만 원이다. 1위는 금융 및 보험업(101.6만개)의 평균 660만 원/중위 552만 원/근속기간 10.2년이고, 2위는 전기·가스·증기 및 공기조절 공급업(11.9만 개)의 평균 657만 원/중위 620만 원/근속기간 12.0년이다. 은행과 증권·보험사로 대표되는 금융및 보험업은 전형적인 규제산업이고, 한전과 가스공사로 대표되는 전기·가스 산업은 독점 공기업이다. 이들의 고소득에는 지대적 요소가 많다는 것은, 경쟁자(공급자)가 많은 미국·유럽의 동일 산업과 비교하면 확연히 드러날 것이다. 하지만, 관련 국제통계는 거의 생산되지 않았다. 20개 산업 중 임금이 가장 낮은 산업(20위)은 자본·기술·면허 관련 진입장벽이 매우 낮은 숙박및 음식점업(155.8만 개)의 평균 163만 원/중위 163만 원/근속기간 2.3년이고, 19위는 협회및 단체,수리및 기타 개인서비스업(70.4만 개)의 평균 209만 원/중위 180만 원/근속기간 3.9년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의 ‘광주형 일자리 창출 모델 연구용역 최종보고서’는 노조가 만든 지대의 심각성을 잘 보여준다. 2014년 기아차 광주공장 정규직 평균연봉은 1억 원, 사내하청 5천만 원, 1차협력사 4,700만 원, 그 사내하청 3천만 원, 2차협력사 2,800만 원, 그 사내하청 2,200만 원이었다. 조선일보 보도(2015.3.21)에 따르면 현대차 근로자의 연평균임금은 약 9,400 만 원, 1차 부품업체(10곳) 5,700만 원, 2차 부품업체(17곳) 3,400만, 3차 부품업체(12곳) 2,300만 원이었다. 한국 자동차·조선 등 원하청 간 힘 격차가 큰 모든 산업에서 비슷한 양상이 나타날 것이다. 기아차나 현대차 가치생산 사슬의 임금격차는 노동의 생산성 격차와 거의 무관하다. 노동(직무)의 질이 같아도 임금은 소속이 어디냐에 따라 천양지차가 난다. 선진국은 물론 후발 개도국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사실상의 직장계급사회는 노조가 직무에 따른 기업횡단적인 근로조건 표준 형성을 위해 투쟁했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격차가 생산성에 따른 것이라면 2차 노동시장의 생산성을 올려, 즉 상향평준화 방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하지만 사회적 약탈(지대)에 의한 격차라면, 원하청 간, 노사 간 무기(선택권과 거부권)의 대등성 확보로 해결해야 한다. 그렇게되면 노조가 정상화되고, 노동시장의 유연안정성과 공정성이 제고될 것이다. 근로조건도 상향도 하향도 아닌 중향평준화로 귀결될 것이다.

‘최저임금 급상향’ 文정부 취약근로자 학살
박근혜정부의 노동개혁에 대한 민주당의 반대 논리를 집약한 [노동개혁-진실 혹은 거짓]이 다룬 주제는 근속연수, 장·단기 근속자 비중, 임시직비율, 노조조직률, 저임금노동자 비중, 고용보호지수 등 총 8개였다. 이중구조가 극심한 한국 노동시장의 단순 평균으로, 비중이 큰 나쁜 쪽(2차 노동시장)의 지표를 주도하기 마련. 요컨대 평균의 착시를 이용하여 노동자 전체가 저임금, 낮은 노조조직률,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것처럼 얘기한 것이다. 그 목적은 고임금, 양반귀족노조, 철밥통으로 악명높은 1차 노동시장 개혁, 즉 고용임금의 유연성과 공정성 제고를 저지하는 것이다. [진실 혹은 거짓]은 ‘⑦저임금노동자비중’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한국의 노동자들은 이제 다른 나라에 비해 임금이 꽤 높은 수준이다? 레알? OECD 국가 중 저임금노동자 비중 1위인데? ※OECD국가 전체 노동자 중 저임금노동자 비중 평균→ 16% ※우리나라 저임금노동자 비중→ 무려 25%(2011년)로 최고! 억대 연봉은 도대체 누구 얘기인가요? 상위 10% 임금이 하위 10%의 5배, 멕시코 다음으로 임금불평등이 심하답니다.” 이는 한국의 1차, 2차 노동시장이 가해자와 피해자로, 동전의 양면관계라는 사실을 덮고 있다. 상위 10~20%의 과도한 고임금이 저임금노동자 비중을 늘렸는데, 문정부는 이 구조를 개선하기는커녕, 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려 한계 산업·기업의 저임금노동자를 대거 실업자나 초단시간 노동자로 내몰아 불평등 지표를 좋아 보이게 한 것이다. OECD통계에서 저임금노동자는 풀타임(full-time)노동자 중위임금의 2/3에 미달하는 노동자다. 풀타임 아닌 단시간 노동자는 분모와 분자에서 제외된다. 그래서 한국 저임금노동자 비중은 2016년 23.5%에서, 2018년 19.04%, 2019년 16.96%, 2020년 15.96%로 급감하여, OECD평균 14.02%에 근접했다. 4년 사이에 한국만큼 급감한 나라는 없다. 하위 10% 근로자 임금에 대한 상위 10%의 배수(P90/10)도 2016년 4.50에서 2020년 3.60으로 급감했다. 같은 기간 일본 2.85→2.74, 영국 3.43→3.38, 독일 3.36→3.33, 미국 5.05→4.84로 소폭 줄었다. 최저임금은 임금 무한 하향을 저지하는 둔턱이자, 생산성 낮은 노동자들을 잘라버리는 전기톱이다. 문정부는 최저임금 급상향으로 저임금노동자들을 임금 불평등 통계 대상에서 제거함으로써 지표를 개선한 것이다. 도시 미관 해친다고, 도심 판자집들을 쓸어버리고, 빈민들을 먼 외곽으로 대책없이 내쫓은 격이다. 인면수심(人面獸心)정부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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