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수 친노가 민주당에 등을 돌린 이유

-조기숙 교수의 <어떻게 민주당은 무너지는가> 일독 소감-

사회디자인연구소 승인 2023.06.13 15:10 의견 0

노무현의 정신과 방법을 잘 알고, 이를 구현하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는 사람이 친노(親盧)가 맞다면 조기숙(이화여대 교수, 노무현정부 홍보수석)은 진짜 친노(親盧)다. 조교수는 지난 5월 <어떻게 민주당은 무너지는가>라는 책을 냈다. 부제가 ‘상식과 염치, 그리고 젊은 세대마저 잃은 정당은 미래가 없다!’이다. 한 때 민주당을 지지했지만 지금은 어느 진영에도 속하지 못하는 수많은 시민에게 내년 총선에는 목소리를 내고 광장(신당 창당)으로 나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썼다고 한다.


조교수는 자신을 포함하여 깨어있는 민주당 지지자들이 민주당에 등을 돌리게 된 이유는 노무현이 목숨 보다 소중히 여긴 명분·가치와 염치·상식을 잃어버린데 있단다. 전폭적으로 공감한다. 그런데 조교수는 정치 현상은 정확히 묘사했으나, 그 원인은 천착하지 않았다. 어쩌다 민주당이 이렇게 됐을까? 국민의힘은 얼마나 다를까? 이는 대한민국의 명운을 좌우하는 준엄한 화두다.

사실 민주당이 엄청나게 심하긴 하지만, 미국 등에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정당들도 진영논리에 입각하여 증오와 혐오의 정치 내지 포퓰리즘에 경도되는 경향이 있다. 그런 점에서 민주당 현상은 세계적 보편성과 한국적 특수성 두 시각에서 분석할 필요가 있다.

경제의 세계화·자유화에 따른 양극화 심화와 인터넷·모바일 확산에 따른 SNS의 대중화는 세계적 보편성의 핵심일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적 특수성의 핵심은 무엇일까?

첫째는 북한을 정통으로, 남한의 건국산업화 주도세력을 친일반민족행위자와 기회주의자로 보는 ‘해전사’적 역사인식일 것이다. 둘째는 노무현정부의 실패·좌절과 노무현의 비극적 죽음에 대한 완전히 잘못된 평가가 아닐까 한다. 그것은 노정부의 실패·좌절은 양극화 대응의 실패와 지지층 배신, 그리고 야당, 검찰, 언론을 너무 신사적으로 대한데서 연유한다는 것이다. 이런 평가로부터 구좌파 정책(시장•자본 억압과 국가•노동 강화) 강화, 핵심 지지층(호남, 노조, 공공부문 종사자, 화이트 칼라 등)에 대한 특수이익 집중 공여, 불법무도한 언론 장악, 검찰권 약화와 야당과 협치 외면, 닥치고(명분과 가치, 염치와 상식을 내팽개치고) 민주당 승리 전략 등이 도출되었다. 이 평가와 대안은 윤리적으로 옳지 않고, 논리적으로 맞지 않고, 전략적으로도 현명치 않지만, 민주당 지지층을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퍼져있다. 아마 코로나19 보다 감염자가 더 많을 것이다. 민주당이 살고, 대한민국이 살기 위해서는 시급히 치료제를 개발해야 할 정신병이 아닐 수없다. 정치학, 경제학, 사회학, 심리학 등 학제간 공동연구가 필요한 질환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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