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예산안 관련 국무회의 연설에서 비치는 그림자

-더 심모원려한 전략전술로 건전재정-지출구조조정 고지 점령해야-

김대호 승인 2023.09.04 10:29 | 최종 수정 2023.09.04 10:39 의견 0

윤통의 ‘2024년 예산안’ 관련 연설을 읽었다. 지난 8월 29일 제36회 국무회의 발언이다.

https://www.president.go.kr/president/speeches/mHxYV8eU

윤통은 “정부가 예산을 과감하게 풀어야 한다”는 주장을 일축했다. "국채발행을 통한 지출확대는 미래세대에게 재정 부담 떠넘기고, 국가신인도 하락을 초래"한다면서, “대외신인도를 지키고 물가 안정을 확고히 하기 위해 건전재정 기조”를 착실히 이어나가기 위해 (내년도 예산안은) 2005년 이후 가장 낮은 예산 증가율(2.8%)이란다. 당연히 “모든 재정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여 정치 보조금 예산, 이권 카르텔 예산을 과감하게 삭감하였고, 총 23조 원(정부 재량 지출 120조원의 20% 가량)의 지출구조조정을 단행”하였단다.


사진에 보이는 3명(대통령, 총리, 기재부 장관) 모두 정통 관료 출신이다. 뿐만아니라 대통령실과 국힘당의 주요 보직도 대부분 정통 관료 출신이다. 그래서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설마 건전 재정 기조를 '2024년 예산안'부터 적용할 줄은 몰랐다.

내년 총선에 패하면 주요한 패인 중의 하나로 지목될만한, 대단히 과격하고 순진한 ‘선거 표심 무시’ 행위가 아닐 수없다. 솔직히 마음이 무겁다.

잘못했다는 것이 아니라, 이런 위험 천만한 공세를 펼치려면 준비해야 할 것이 많은데 그것을 별로 준비하지 않은 것 같아서다.

뤼순 공방전을 그린 일본 영화 [203고지]가 떠오른다. 윤석열 장군이 203고지(건전재정을 위한 긴축 재정)를 향해 '돌격' 앞으로를 명했다. 반드시 점령해야 할 고지 이긴 하다. 문제는 공격 시점(왜 2024년에 그 고지를 점령해야 하나?)과 포병 협조와 공격 루터 등을 포함한 전략 전술이다. 기관총의 십자포화가 쏟아지는데, 수천 명이 결사적으로 돌격을 감행 한다면, 아까운 병사들만 잃게 되어 있다.

뤼순 공방전에서 일본군 총사령관 노기 장군은 (청일 전쟁에서 재미 본) 단순 무식 용감한 돌격 전술로 엄청난 사상자만 나자, 결국 점령하고자 하는 러시아군 진지를 포격으로 초토화 한 후 겨우 점령하였다.

2023년 한국 정치에 이를 적용하면, 포격에 해당하는 것이 내러티브, 프레임, 선전선동, 공직인사 등이다. 그런데 이런 건 정통관료 출신들이 하나같이 잼병이다.

정부 재량 지출 120조원의 20% 가량을 구조조정했으니, 곳곳에서 곡소리가 나게 되어 있다. 6626억원이 1479억원으로 78%가 삭감된 새만금 SOC 예산은 그 중의 하나다. 투입대비 산출이 별거 아닌 R&D 예산도 엄청나게 잘려나갔다. 하지만 그 예산에 목을 매고 있던 이해관계자 수천 수만명은 비명을 지를 것이다. 윤정부가 R&D 잡는다고!! 이런 비명이 수백 곳에서 터져나올 것이다.

진짜 문제는 윤정부가 선거가 있는 시기에 엄청난 예산 지출구조조정이라는 위험하지만 명분 있는 용단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실-정부-국힘당이 하나같이, 이 용단의 의미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속된 말로 '광'을 팔지 않으니 용단을 아는 사람이 별로 없을 것이다. 세수가 얼마나 끔찍하게 감소했는지, 기업 환경이 얼마나 어려운지도 잘 모를 것이다. 하지만 새만금 SOC예산과 R&D예산이 크게 삭감됐다는 사실은 알 것이다. 언론 방송 탓할 일이 아니다. 언론 방송 지형이나 습성은 기본 상수이기 때문이다.

예산안 관련 윤통의 설명은 꽤 길다. 무엇을 늘리고 올리고 했다는 얘기가 수십 번 나온다. 최저생활 보장 생계급여 21만 3천원 인상(문정부 5년 동안 총 19만 3천원 인상), 생계급여 선정 기준을 기준중위소득 30%에서 32%로 완환, 부모급여(0세 기준 70만원-->100만원), 출산 바우처(둘째부터 200만원-->300만원), 출산 가구에 공공 분양 임대주택 6만호 이상 우선 배정, 육아유직급여 기간 12개월-->18개월 연장, 육아휴직 급여 최대 450만원까지 인상 등. 그런데 문재인 정부시기에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 정책과 최저임금 폭등에 따라 폭발적으로 늘려놓은 경직성 경비에 대한 언급은 없다. 이런 식이면 순진한 보수정부는 욕 먹어가면서 공공개혁 등으로 허리띠 졸라매어 건전재정 이룩하면, 진보 양아치 정부는 문재인정부처럼 공무원 대폭 늘리고, 예산 흥청망청 써대면서 박수 받는 일이 반복될 수도 있다.

아무튼 정부의 올리고 늘리기 정책에 따라 혜택 받는 당사자들은 통장에 찍힌 숫자를 보면서 비로소 혜택이 늘었다는 사실을 알 것이다. 하지만 국민 90%는 모를 것이다. 오히려 국민 50%는 민주당의 교묘한 선전선동에 의해 공산전체주의-이념 강조-홍범도 논란 등을 대충 연결하여 파탄난 민생 보다 이념을 중시하는 무심 무정한 정권이라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오해 마시라. 나는 후쿠시마 오염처리수 관련 처신이나 공산전체주의 관련 발언이나 이념 관련 윤통의 발언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불리한 언론방송 담론 환경에도 불구하고 이 의미를 정확하게 인식시키는 사전 사후 작업이 미흡했다고 생각한다.

지난 5월 이후 자문위원으로서 노동개혁특위 회의에 6~7번 참가했다. 노동개혁 사안은 역사(4.3, 5.18, 정율성, 홍범도 등) 관련 사안만큼이나 정치적 논란이 되기 쉬운 사안이다. 그런데 법개정안을 설명할 때 정무적 고려를 하는 경우를 별로 보지 못하여 놀랐다. 진짜 문제는 이것이 대통령실-정부-국힘당을 관통하는 공통의 조직문화라는 것이다.

이번에 윤통의 발언을 통해 알았는데, 정부가 제출한 법안 200여 개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역시 징징거려야 할 사안인데, 아는 사람은 거의 없으니!!

윤통은 노기 장군이 전술 운용 하듯이 단순 무식하게 국정을 운영하는 것처럼 보인다. 정책 사업 인사 예산 등에서 정치적 정무적 고려가 너무 없다.

민주당에 유능한 장군이 있다면, 십자포화로 궤멸적 타격을 입을 수 있다. 그런데 국가를 위해서는 천만 다행스럽게도 오로지 자신을 향해 오는 사법처리를 피하는 방법만 생각하는 천하의 양아치 이재명 장군이 지휘하기에 궤멸적 타격은 입지 않고 일진일퇴의 공방전을 벌일 수 있다고나 할까?? 그런데 올 가을 겨울과 내년 봄에는 어떻게 될지??

윤정부와 대한민국이 너무나 걱정스럽다. 정치는 옳아야 하고 이겨야 하는데, 이길 수 있을지 여간 걱정스럽지 않다. 옳은 일을 싸가지 없게 해서도 안되고, 우악스럽게도 해서도 안되고, 급하게 해서도 안되는 법인데! 더 심모원려한 전략전술로 건전재정-지출구조조정 고지를 점령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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