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유럽의 일상생활(1) (정대영)

김대호(사회디자인연구소장) 승인 2013.05.22 18:46 의견 0

-시민의 감시와 고발-

1장. 프랑스와 독일은 퍼주고 놀고도 왜 안 망할까 5. 독일의 비밀병기를 찾아서 독일, 프랑스, 벨기에 등의 국가는 일을 많이 안하고 사회보장 혜택을 많이 받으면서도 오랫동안 선진국으로서 경쟁력도 유지하고 있다. 찾기는 어렵지만 무엇인가 특별한 것이 있어야 한다. 어떤 사람은 이런 유럽 국가들이 과거 식민지 지배를 통해 쌓아논 부(wealth) 때문에 별로 일하지 않고도 잘 살수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런 생각은 부(wealth)와 소득(income)을 혼동하는 면이 있으며 또 몇 가지 사실관계만 짚어봐도 잘못됐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다. 16세기에서 17세기 초에 걸쳐 전 세계를 거의 양분하면서 방대한 식민지를 가졌던 포르투갈과 스페인은 경제가 시덥지 않고 2011년부터는 심각한 재정위기에 시달리고 있다. 18세기에서 19세기까지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많은 식민지를 가졌던 영국은 제조업 분야에서는 경쟁력이 있는 국가는 아니며 경제가 활력을 잃고 있다. 우리가 관심을 많이 갖는 독일은 식민지가 거의 없는 후발 제국주의 국가였다. 독일은 식민지 확보 등을 위해 일으켰던 제1·2차 세계대전에서 패하여 오히려 그간 쌓아놓았던 국부마저 전쟁배상금과 폭격 등으로 큰 손실을 잃고 영토마저 쪼그라들었다. 일본의 경우 제2차 세계대전 패전국으로 전후 빠르게 성장하여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였다는 점은 독일과 비슷하지만 현재의 경제상황은 많이 다르다. 일본 경제는 1980년대 후반 한때 세계를 휩쓸 기세였지만 벚꽃(사쿠라)처럼 잠깐 화려하게 폈다가 바로 사그라져 버리고 있다. 일본 경제는 내수부족, 고령화, 디플레이션, 과다한 재정적자 등으로 활력을 잃고 조금씩 위축되고 있다. 거함이 여기저기 작은 누수로 인해 못느낄 정도로 천천히 침몰해가고 있는 모습과 비슷하다. 일본인 스스로도 일본 경제의 미래와 지속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사람이 상당하다. 역사와 발전과정 등을 볼 때 일본보다 더 오래되고 더 늙은 경제일 수 있는 독일은 어려운 가운데서도 활력과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독일과 일본의 어떤 차이가 두 나라 경제를 이렇게 다른 길로 가게 만들었을까일본의 폐쇄성을 생각할 때 숨겨논 비밀병기는 일본이 더 많았을 것 같은데 말이다. 이에 대한 연구는 각 국가의 경제구조, 부문별 산업별 생산성, 소득 및 자산 분배구조, 정치 및 사회체제, 국민성, 문화와 역사 등 여러 면에서 이루어질 수 있다. 어쩌면 여러 분야의 눈에 잘 안띄는 조그만 차이들이 모여져 경제 전체의 경쟁력과 국민의 삶의 수준을 좌우하고 나아가서는 국가의 운명을 결정지을런지 모른다. 이와 관련된 본격적인 작업은 전문지식과 많은 시간이 필요로 하기 때문에 여러 전문가들을 위한 숙제가 될 것이다. 여기서는 살아본 사람의 직관과 같은 고민을 한 사람들과의 토론 과정에서 얻은 지식을 기초로 독일의 숨겨논 비밀병기를 찾아보고자 한다. 필자가 찾아낸 비밀병기는 잠수함이나 인공위성 등과 같은 독일만이 갖고 있는 기술력이 아니라 독일은 당연한 것들이 지켜지는 사회 그리고 경제의 기본에 충실하다는 것이다. 즉 첫째, 정직한 사회라는 것 둘째, 정당한 보상시스템이 작동하는 경제라는 것 셋째, 더불어 사는 사회를 지향한다는 것 넷째, 물가와 부동산 가격이 안정되어 있다는 것, 이 네 가지가 독일 경제의 경쟁력을 장기적으로 유지시키는 핵심요인이라 생각된다. 이러한 것들은 숨겨진 것도 비밀스러운 것도 아니다. 당연하고 누구나 알 수 있지만 실제 다른 나라가 가져다 자기 것으로 만들기는 매우 어렵다. 특히 한국은 이 네 가지가 모두 쉽지 않은 과제이다. * 독일경제 경쟁력의 원천은 독자적인 기반기술을 가진 많은 중소중견기업이 경제의 중추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는 사람이 많다. 필자도 독일 중소기업의 강점은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러나 중소중견기업이 강한 일본, 이탈리아 경제를 생각해 보면 강한 중소기업만으로 독일경제의 경쟁력을 설명하기는 충분치 못하다. 어쩌면 강한 독일 중소기업의 존재는 원인이라기 보다 나타난 현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첫째, 사회가 정직하다는 것은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어마어마한 경쟁력이 원천이고 필자의 해외경험으로는 선진국과 후진국이 갈리는 기준처럼 보인다. 대부분의 사람이 정직하면 서로를 신뢰할 수 있어 불필요한 사회적, 경제적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정책 수립·집행이 용이하고 정책 효과보다 정확하게 나타난다. 즉 국가의 효율성이 높아진다. 한국의 경우 대학이나 연구소의 연구개발자금, 중소기업 및 첨단기업에 대한 각종 지원자금이 대상이 잘못되거나 유용되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은 많이 알려진 사실이다. 또한 농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농민에게 지원되는 각종 정책자금도 용도 외로 사용되는 경우가 상당하다. 복지와 관련된 자금도 유사한 사례가 많다. 이러한 것들은 사회의 정직성과 밀접히 연결되어 있다. 특히 정치인이나 관료의 정직성과 신뢰성은 그들의 능력을 떠나 역선택과 정책 실패의 가능성을 줄이는 중요한 요소다. 정책당국자들이 정직하다면 국민의 이익을 대변할 사람을 찾기 쉬울 뿐 아니라 실수를 하는 경우에도 같은 잘못을 두 번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둘째, 독일은 국민 경제에 대한 기여도에 상응한 보상체계가 상대적으로 잘 작용하고 있다는 것도 중요한 경쟁력의 원천이다. 엔지니어와 기능인이 높은 대우를 받고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임금 격차가 적고 교수, 의사, 변호사들이 금전적으로 특별한 대우를 받지 않는다. 독일의 아헨대학(공대가 유명) 에른스트슈마흐텐베르그총장은 2012년 3월 21일자 매일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독일은 이공계의 위기가 없다고 하였다. 기업의 엔지니어가 의사보다 보수가 많기 때문이다. 당연히 뛰어난 인재가 이공계를 선택하고 과학과 공학이 발전한다는 것이다. 의사, 변호사, 교수, 공무원보다는 엔지니어와 기능인, 무역회사 직원, 연구소 연구원이 기술 개발과 수출 증대 등에 더 많은 기여를 하기 때문에 더 많은 보수를 받아야 한다. 이러한 보상체계를 갖춘 국가가 경쟁력이 강화되고 경제가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것은 당연하다. 한국은 전국에 있는 의대·치대가 다 차야 서울대 공대 지원자가 나온다. 중소기업은 구인난에 시달리고 대기업 입사경쟁은 피 말리듯 치열하다. 젊은이들이 대학졸업도 뒤로 미룬 채 몇 년씩 고시, 사시, 공시 등에 매달린다. 이는 한국의 의사, 공무원, 교수, 변호사 등의 보수, 직업 안정성, 명예, 권력 등 종합적 대우가 비정상적으로 과다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과도한 대우는 국민 경제에 대한 기여도보다는 자격증의 제한, 진입 장벽, 채용시험 결과 등에 의해 결정되는 지대(rent)와 같은 성격이다. 즉 이들의 대부분은 열심히 일을 했겠지만 실질적으로 보면 보수의 일부분은 지대와 같은 불로소득인 셈이다. 이와 같은 전문직과 공공부문의 과도한 대우는 민간부문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과도한 격차로 나타난다. 한국의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가 국민경제에 대한 기여도를 반영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더욱이 같은 기업내에서 거의 비슷한 일을 하면서 정규직과 비정규직간의 임금과 후생복리 등의 차이는 비정상적일 정도로 과도하다. 경제논리로 보면 정규직과 같은 일을 하는 비정규직은 직업의 안정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더 많은 보수를 주어야 한다. 실제 유럽에서는 비정규직이 정규직보다 보수가 높은 사례도 많다. 셋째, 독일이 폭넓은 사회보장제도를 통해 더불어 사는 사회를 구축하고 있다는 것도 경쟁력 강화에 도움을 주고 있다. 사회보장제도 유지를 위한 높은 세금과 사회보장 혜택에 기댄 노동의욕 감퇴는 분명 경쟁력 약화 요인이지만 사회보장제도가 갖는 사회통합과 사회안전망 기능은 엄청난 경쟁력 강화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미국의 경우 대다수 도시의 한 부분은 일반인이 접근할 수 없는 슬럼지역이 있으며 빈민층은 자포자기로 범죄와 마약에 빠지며 이에 따른 노동력 상실이 심각하다. 또한 치안 등을 위한 경찰력 유지 등 이에 대한 미국의 비용은 만만치 않다. 필자가 아는 한 독일을 포함 유럽의 도시중 일반인이 접근할 수 없는 지역은 없는 것 같다. 이것은 돈으로 따질 수 없는 자산이고 경쟁력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사회보장 혜택은 노동의욕을 감퇴시키는 면이 있지만 잘못되었을 때 최악의 상태를 피할 수 있는 안전망이 되기 때문에 경제의 역동성과 경쟁력을 높인다. 사회보장제도가 있기 때문에 개인은 단기적 보수와 안정성에 집착하지 않고 좋아하는 것, 창의적인 것에 도전할 수 있다. 이것이 인문학과 기초과학의 발전, 다양한 중소기업의 설립과 성공 등으로 이어져 국민경제가 강해지는 것이다. 독일의 사례에서 볼 때 사회보장제도도 도덕적 해이와 역선택이 적게 잘 구축되면 분배정책으로서 뿐 아니라 훌륭한 성장정책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넷째, 물가안정과 부동산가격 안정도 경쟁력 유지의 큰 요인이다. 독일의 소비자물가는 2000년 이후 연평균 1.7% 상승하여 유럽 중앙은행의 물가상승 목표인 2%를 넘지 않으면서 2%에 가까운 수준을 잘 유지하고 있다. 이와 함께 통독이후 2012년까지 전국주택가격상승률은 1% 내외로 소비자물가상승률보다 낮다. 이와 같은 물가와 부동산가격의 안정은 높은 세율과 적은 노동시간 등을 보완하며 국가경쟁력을 강화시키는 요인이다. 생계비와 주거비가 안정되어 있어 근로자들이 낮은 임금상승률을 받아들일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준다. 또한 기업이나 개인 등 경제주체는 부동산가격 상승 등 투기적 이익보다는 생산적인 사업과 자신의 주어진 업무에 열중하게 된다. 즉 개인은 근무시간에 주가나 아파트 시세정보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고 기업가는 땅값 상승 가능성보다는 사업성을 기준으로 공장부지를 결정하게 된다. 이렇게 볼 때 독일은 겉으로는 안정되고 변화가 없어 보이지만 역동성있고 경쟁력있는 경제구조를 갖고 있는 셈이다. 반면 한국은 치열한 경쟁 때문에 겉으론 역동성있게 보이지만 실제는 보수적이고 경쟁력이 취약하다. 필자는 일본에 대해 잘 모르지만 일본 경제가 잠깐 화려했다가 바로 장기 위축의 길을 가고 있는 것도 독일에 비해 이 네 가지 병기를 제대로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 아닌가한다. 일본인의 역사 왜곡을 볼 때 정직성은 한계가 있고 사회보장제도도 유럽에 비해 훨씬 못 미치고 부동산거품은 한 때 세계에서 가장 심한 나라였다. 한국은 일본보다도 더 네 가지 병기를 갖추지 못한 것 같다. 일본 경제는 잠깐이라도 꽃을 피워봤지만 한국 경제는 잘못하면 꽃도 피우지 못하고 사그러들지도 모른다.     제2장 유럽의 일상 생활   1. 시민의 감시와 고발 독일, 프랑스, 벨기에 등의 국민은 거의 대부분 정직하다. 유럽의 다른 선진국이나 미국도 비슷한 것 같다. 어쩌면 국민의 정직성이 선진국이 되기 위한 필수요건일지 모른다. 이들 국민의 정직성은 사람이 태어날 때부터 정직하다기 보다는 교육, 보상체계, 역사, 문화, 정치행태 등이 복합되어 나타난 사후적 결과물로 보고 싶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 국민은 영원히 정직해질 수 없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중 유럽에서 시민의 감시와 간섭, 고발이 일상화되어 있고 이것이 유럽 사람들을 정직하게 사는 것이 유리하게 만들고 정직할 수 밖에 없게 하는 것 같다. 독일에서 차를 주차해놓고 한참 일을 보고 돌아왔을 때 차가 파손되어 있으면 차에 쪽지가 두 장이 붙어있다는 말이 있다. 하나는 “내가 당신차를 부딪쳤는데 시간이 없어 많이 못 기다리고 간다. 이 전화번호로 연락하면 보험처리 등 문제를 해결해주겠다”는 내용이고, 또 다른 한 장은 “내가 당신 차를 어떤 차가 박고 가는 것을 보았다. 누군지 찾지 못하면 이 전화번호로 연락해라. 내가 알려 주겠다”는 내용이란다. 실제 이와 유사한 사례를 독일이 아닌 벨기에에서 직접 겪었다. 집사람이 대형 할인마트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쇼핑 후 나와 보니깐 차의 한 쪽이 심하게 긁혀있었다. 집사람이 당황해하고 있을 때 어떤 벨기에 신사가 다가와 배달트럭이 후진하면서 당신 차를 박은 것을 보았는데 트럭이 그냥 갔다는 것이다. 같이 경찰서에 가서 신고하면 바로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럭번호판을 못보았지만 트럭에 써놓은 회사명과 차 색깔을 보았기 때문이란다. 경찰 신고후 사고차량을 바로 찾고 보험처리를 할 수 있었다. 트럭 운전기사는 사고 낸 것을 몰라서 그랬다고 주장했는데 이를 입증 못하면 형사처벌을 받는다고 들었다. 벨기에 국민의 감시와 신고 정신의 덕을 제대로 본 사례이다. 유럽 사람들의 감시는 시민으로서의 당연한 의무라고 생각하는 모습이다. 독일에서 또 다른 사례가 있었다. 집에 손님이 와 한 달 정도 머문 경우가 있었는데 손님이 사워한 후 2층 화장실 창문을 열어놓고 외출했다. 저녁에 집으로 들어오니 옆집 할아버지가 와서 당신 집은 차고로 해서 2층에 쉽게 올라갈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2층 창문도 열어놓고 나가서는 절대 안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열린 창문으로 누가 들어가는지 하루종일 감시하느라고 힘들었다고 이야기한다. 특히 창문이 열려있을 때 도둑이 들어오면 보험처리도 안된다고 친절히 설명을 해주었다. 외출시 1층 창문은 완전히 닫아야 되고, 환기를 위해서 2층 창문을 열어놓고 나갈 때는 윗부분만 조금 열리는 1단 열림 장치를 사용하란다. 다음으로 감시는 다른 사람이나 이웃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았을 때 간섭 또는 지적으로도 나타난다. 공동주택의 소음, 집 앞의 눈이나 낙엽을 치우지 않는 것과 같이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것을 바로 지적한다. 독일에 가서 얼마되지 않은 가을에 집 앞길에 낙엽이 조금 쌓여있었고 필자 생각엔 길에 낙엽이 있는 것이 보기 좋아 그대로 두었다. 앞의 옆집 할아버지가 와서 날이 좋을 때는 낙엽이 문제없지만 비가 오면 낙엽 때문에 우체부나 방문객이 미끌어질 수 있기 때문에 바로 바로 치우란다. 잘못하면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고 겁()까지 주었다. 이 뿐 아니라 정원의 잔디 깎기, 울타리나무 정리, 마당의 쓰레기 방치, 집입구에 꽃화분 놓기 등과 같이 보여 지는 것만 관계될 뿐 이웃에게 실질적인 피해가 없는 것도 간섭한다. 필자가 보기엔 그렇게 보기 싫지 않은데 더 예쁘게 꾸미라고 할 때는 부담도 되고 기분이 나쁘기도 한 경우가 있었다. 이와 같은 감시, 간섭의 기제는 잘 사는 동네가 못 사는 동네보다 훨씬 더 강하게 작용하고 그렇기 때문에 잘 사는 동네가 더 안전하고 더 보기 좋은 이유일지 모른다. 나라별 감시, 간섭 기제는 독일이 가장 강한 것 같고 프랑스가 좀 느슨하고 벨기에가 중간 정도인 것 같았다. 어쩌면 내가 프랑스에서 산 곳이 대학 근처 서민임대아파트 단지였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딱 맞는 예는 아닐지 몰라도 프랑스에서는 평행 주차시 범퍼로 앞뒤차를 적당히 밀면서 주차를 하기도 하고 범퍼끼리 조금 부딪치는 것은 양해하는 분위기인데 비해 독일에서는 범퍼가 살짝 닿아 조금만 흠집이 나도 신고대상이다. 독일에서 시민의 감시 고발의 압권은 음주운전에 대한 고발일 것이다. 길에서 운전하다 앞에 가는 차가 차선을 잘 못 지키는 등 음주운전 가능성이 보이면 경찰에 위치와 차량 번호를 신고한다. 또 음식점에서 식사를 끝내고 돌아갈 때 과음한 상태에서 직접 차를 몰고 가면 그 음식점 주인이나 종업원이 “우리 집에서 어떤 손님이 술을 많이 먹고 차를 직접하고 간다, 차번호는 0000이다”라고 신고를 한다. 호텔에서도 비슷하다. 이러한 신고가 한국식당에서는 없어서 인지 모르겠지만 독일 한국식당 근처에는 자주 경찰이 잠복해 있다가 음주 가능성이 있는 차가 있으면 뒤를 따라가 음주단속을 한다. 독일에서 음주 단속에 걸리면 벌금이 많고 운전면허가 정지 또는 취소된다. 벌금도 소득에 비례하여 증가한다. 감시, 간섭에 대한 의무감은 조직 내부의 고발도 당연시한다. 어떤 사회도 공공기관이나 은행, 기업 등의 부정, 부패, 탈세 등의 비리는 검찰, 경찰 등의 수사기관이나 금융감독조직, 세무당국의 힘만으로 근절하는데 한계가 있다. 우리나라는 무소불이의 권력이 있는 검찰과 막강한 정보력의 경찰, 그리고 대단한 힘을 갖고 있는 국세청과 금융감독조직이 있으면서도 기업, 공공기관, 금융기관의 부정과 비리, 탈세가 계속되는 것은 내부고발이 부족하기 때문인 것 같다. 2011년~2012년 상호저축은행의 구조조정과정에서 밝혀진 대주주와 경영층의 비리를 볼 때 금융감독당국의 잘못은 당연한 것이지만 검찰과 경찰의 막강한 수사력과 정보력은 언제 어디에 쓰는 것인지 궁금할 정도이다. 부정부패를 줄이고 사회 정의가 바로 서려면 공권력도 제 역할을 해야 하지만 내부고발을 장려하고 내부고발자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가 절실히 필요하다.          

- 송현경제연구소장 정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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