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한 표가 세상을 바꾼다? -김두수

socialdesignkorea 승인 2016.05.15 00:54 의견 0

스윙 보트 (Swing Vote, 2008)

    조슈아 마이클 스턴(Joshua Michael Stern)   주연 케빈 코스트너(Kevin Costner) 버드 존슨 역 매들린 캐롤(Madeline Carroll) 몰리 존슨 역     출연 폴라 패튼(Paula Patton) 케이트 매디슨 기자 역 켈시 그래머(Kelsey Grammer) 앤드류 대통령 역 데니스 호퍼(Dennis Hopper) 그린리프 민주당 후보 역     영화 줄거리       미국 뉴멕시코주의 작은 도시 텍시코에 사는 버드 존슨(케빈 코스트너)은 낚시와 맥주를 즐기며 변변찮은 직업을 가진 중년의 홀아비다. 12살 딸 몰리(매들린 캐롤)는 술에 취해 빈둥거리는 아빠를 대신하여 아침밥도 챙기고, 집안일을 돌본다. 아빠의 일은 딸의 학교까지 태워주는 일이다. 딸 몰리는 학교 작문시간에 ‘투표의 중요성’을 작문시간에 발표하게 되는데, 지역 방송국에서 취재를 나오게 된다. 그리고 딸 몰리는 아빠를 대신해 유권자 등록도 한다.   딸은 아빠에게 꼭 투표하라고 하고 약속을 받아 낸다. 바로 그날 숙취 때문에 직장에서 해고되고, 온 종일 맥주를 마시는 통에 투표소에 제대로 가지를 못한다. 겨우 왔는데, 그만 숙취로 쓰러지고, 투표소 앞에서 기다리던 몰리는 아빠를 대신해 투표를 하게 된다. 이 때, 선거관리인이 마감시간이라고 판단하고 전기코드를 뽑게 되는데, 몰리의 표는 입력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한다. 전국적인 대통령선거에서 뉴멕시코주를 제외하고 대통령선거인단이 동수가 되어버린 것이다.   뉴멕시코의 투표결과에 따라 대통령이 결정되는 것이다. 그런데, 뉴멕시코의 투표 결과도 동점, 단 1표는 선거시스템의 착오에 따라 버드 존슨에게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 주선거법에 따라 버드 존슨에게 10일 안에 재투표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지자, 이 한 표를 얻기 위해 공화당 소속 현직 대통령과 차기대권을 노리는 민주당 대선 후보가 시골마을을 찾아오게 된다. 이제 전 세계의 매스컴이 버드의 일거수일투족을 보도하게 되고, 대통령선거캠프는 버드 존스만을 위한 대선 캠페인을 시작하게 된다. 과연 버드 존슨은 누구를 왜 선택할 것인가   정치학 강의   1. 2000년 미국의 대통령 선거     제43대 미국 대통령선거가 얼마나 치열했는지 살펴보자 2000년 11월 8일, 현재 부시후보는 246명, 고어 후보는 260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한 상태였다. 마지막 최대의 승부처 플로리다주(선거인단 25명) 부재자 투표를 제외한 100% 개표 결과, 부시가 불과 1784표 앞섰다. 플로리다주는 두 후보 간의 득표차가 유효표의 0.5% 미만일 경우 자동 실시된다는 주법에 따라 9일 밤부터 67개 전 선거구에서 재검표가 진행됐다. 하지만 팜비치, 볼루시아 등 몇 개 선거구에서 투표 부정행위가 있었다고 민주당 유권자들이 제기했다. 첫째, 기표 용지가 나비모양으로 복잡하게 디자인 되어, 일부의 고어 지지자들이 자신도 모르게 팻 뷰캐넌 개혁당 후보를 찍게 되는 결과가 나왔다. 인터넷에서 ‘미로투표’라는 풍자까지 나왔다.  
  둘째, 투표용지에 구멍을 뚫게 되어 있는 펀칭기계 때문에 힘없는 노인들의 투표에서 ‘보조개 기표(구멍이 안 뚫리고 흔적만 있는 용지, 뚫리긴 했지만 둥근 종이가 붙어있는 형태의 기표용지)’가 많이 생겨서 무효표가 되었다는 것이다.     셋째, 10일 오후 현재, 1개를 제외한 66개 선거구의 재검표가 비공식 완료된 결과 1차 개표에서 부시 후보에게 1784표 뒤져 있던 고어 후보는 맹추격을 거듭, 표차를 229표까지 줄였다. 해외 부재자투표 결과가 17일까지 집계되기 때문에 최종 집계 결과까지 당선자 결정을 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민주당 고어는 전국적 득표에서는 승리했지만, 주별로 확보하는 선거인단 수에서 뒤지게 되었다. 최종적으로 약1개월 후, 주대법원, 연방대법원까지 개입하게 되어 법원이 부시의 승리를 선언했다.     이 영화는 2000년 대통령선거에서 플로리다주의 몇 개 선거구의 투표결과가 당선자를 결정지었던 사건에서 자극을 받아 헐리우드 민주당 지지자들이 만든 정치 풍자 영화다.     2. 우리나라의 최대 접전 투표결과     단 한명의 투표로 대통령을 결정하는 것은 현실에서 실현되기 어려운 확률이지만, 조금 작은 선거에서는 한 표, 두 표, 세 표 차이로 당선과 낙선이 갈리는 일이 종종 벌어진다. 2000년 국회의원선거에서 경기도 하남-광주선거구에서 민주당 문학진 후보는 한나라당 박혁규 의원에게 3표 차이로 낙선하는 바람에 한동안 ‘문세표’라는 별칭이 따라다녔다. 법원에서 재검표 결과 2표차로 확인되었지만, 한동안 ‘문세표’였다.     2006년 지방선거에서 강원도 양양에서는 1표차이로 당선자가 나오기도 했다. 관권선거나 부정선거가 있을 때는 상당한 표 차이가 나는데도 재개표를 법원에 신청하여 그 결과가 뒤집힌 적도 있었다. 1992년 제 14대 국회의원선거에서 서울 노원구을에서 36표차로 낙선한 민주당 임채정 후보가 소송을 제기하여 재검표 결과 다수득표자로 확인되어 당선자가 되었다.     2004년 4월 15일, 17대 국회의원선거에서 밤10시 투표종료에서 36표차로 박기억 후보가 앞섰다. 그런데 새로 ‘비례대표 투표함’을 개봉하니 그곳에서 ‘지역구 투표용지’가 나온 것이다. 이것을 합산하여 다시 검표하고, 선거일 다음날 16일 오전 2시30분부터 3시간 진행된 검표 결과, 자민련 김낙성 후보 1만7천711표, 열린우리당 박기억 1만7천702표, 김낙성 후보가 9표차로 당선이 되었다.     16대 2000년 4.13 총선, 서울 동대문을 선거구에서 한나라당 김영구 후보와 민주당 허인회 후보는 11표 차이로 개표가 종료되었다. 법원에 의한 재검표 결과에서 표차를 3표로 줄었으나 결과를 뒤엎지는 못했다. 그런데, 한나라당 김영구 후보가 ‘선거에 유리하도록 위장전입을 하였다’는 증거를 허인회 후보 측이 제출하여 대법원에서 당선무효 및 선거무효소송에서 선거무효에 대한 예비적 청구를 받아들여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결국 재선거가 실시되었다. 재선거에서 허인회 후보는 한나라당 홍준표 후보와 맞붙었지만, 또다시 낙선하고 말았다.     우리나라의 사례 중에서 가장 비겁했던 당선자무효소송은 16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당선자무효소송을 한나라당이 낸 것이다. 결국 80개 개표구에 대한 재검표 결과 득표수 집계 오류가 극히 미미한 것으로 나타나 한나라당은 “재검표 결과를 겸허히 수용하고, 신정부 출범에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대선 직후 결과에 승복했던 것처럼, 재검표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승복한다.”고 밝혔지만, 1년 후,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이라는 형식으로 마음속 깊은 곳에 있었던 ‘불복’을 드러냈다.     3. 정말 딱 한 표로 선거결과가 바뀐 사례 1839년 매사추세츠 주의 주지사 선거 때, ‘마커스 몰튼’이 한 표 차이로 당선되었다. 재미있는 일은 현직 주지사인 ‘에드워드 에버렛’ 후보는 ‘마커스 몰튼’을 이기려면 투표율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유권자에게 투표참여 운동에 정신을 쏟았는데, 정작 자신의 투표를 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런데 결과는 한 표 차이였다. 역사적 사실여부는 확인하지 못했는데, 한 표가 선거결과 뿐만 아니라, 역사를 바꾼 사례도 있다고 한다. 제2차 세계 대전의 주범이자 유대인 학살로 악명을 날렸던 ‘아돌프 히틀러’가 한 표 차이로 나치당 총수로 당선되었다고 한다. 정말, 한 표가 세상과 인류의 운명을 바꾸게 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4. 캐스팅 보트(Casting vote) & 스윙 보트(Swing vote) 캐스팅 보트는 1) 가부(可否)가 동수일 때 행하는 의장이 결정하는 투표, 2) 의회에서 두 정당의 세력이 비슷할 때 그 승패를 결정하는 제3당의 투표. 우리말로 ‘결정권’으로 순화한 용어를 쓰면 좋다. 대부분의 영화평론가들은 이 영화 ‘스윙 보트’를 대체로 ‘캐스팅 보트’로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       현실 세계에서 캐스팅 보트를 나타내는 전형적인 예는 대법원이나 헌법재판소에서 판결에서 ‘보수-중도-진보’에 따라 판결이 나뉘는 경향이 이에 해당한다. 현재 미 대법원은 대법관 9명 중에서 4명씩 좌우로 완전히 갈려 있다. 클러렌스 토머스, 앤토닌 스칼리아, 존 로버츠, 새무얼 얼리토가 보수 쪽 성향을 보이고 있다. 존 폴 스티븐스, 루스 베이더 긴스버그, 데이비드 수티, 스티븐 브레이어 대법관은 예외 없이 진보 쪽 판결을 내리고 있다. 케네디 재판관은 5대 4로 갈린 2009년 11건의 판결에서 좌우를 넘나들며 판결을 결정지어, “결정자” “스윙보트”라는 별명을 얻고 있다. 그는 낙태권 판결 등 3건에서 보수 쪽의 손을 들어줬고, 지구온난화 등 5건에서 진보 쪽의 손을 들어줬다. 사형 집행과 관련해선 2번은 찬성하는 보수 쪽에, 3번은 집행 반대의 진보 쪽에 가담했다. 결론적으로 케네디 판사는 스윙 보트로서 가부가 동수일 때, 결정권인 ‘캐스팅 보트’를 행사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헌법재판소도 비슷한 경향으로 볼 수 있다. 재판관 9명 중 3명은 진보, 3명은 중도, 3명은 보수 성향으로 분류하는 게 법조계 안팎의 대체적 견해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그 구분이 모호해졌다. 종부세 세대별 합산규정에 대한 위헌 결정을 할 때 재판관 의견은 7 대 2였다. 이강국 헌법재판소장, 목영준, 이공현, 송두환, 민형기, 이동흡, 김희옥 7명과 김종대, 조대현 2명이었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종부세 대상자들이 내린 판결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시각장애인 안마사자격 독점에 대해 헌재가 합헌 결정을 내릴 때 이강국, 이공현, 조대현 재판관이 위헌 의견을 냈다. 간통죄에 대해는 이강국, 이공현, 조대현, 민형기 재판관은 “간통죄가 성적(性的) 자기결정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제한하지만 혼인관계 보호 등 입법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는 합헌 의견을 냈고, 김종대, 이동흡, 목영준 재판관은 "성(性)에 대한 국민의 법 감정이 변하고 처벌의 실효성도 의심되는 만큼 간통죄 자체가 위헌"이라는 위헌 의견을 냈다. 송두환 재판관은 간통죄에 벌금형이 없고 징역형만 있는 것에 대해 위헌 의견을 제시했다.헌법불합치 의견을 낸 김희옥 재판관은 “도덕적 비난에 그쳐야 할 경우나 비난가능성이 없는 행위까지 처벌하는 것은 헌법에 어긋난다.”고 밝혔다, 간통죄 위헌 의견은 중도, 보수 재판관들이 가담해 5명이나 됐다. 우리나라 헌재는 미국 연방대법원처럼 진보-보수의 구도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스윙 보트는 많은데, 캐스팅 보트를 줄 수가 없다.       스윙 보트는 정치학의 용어로 1) 유동 투표, 2) 이동 투표, 3) 그네 투표로 번역할 수 있다. 투표 때마다 후보자를 정하지 못하고, 왔다갔다 이동하는 투표를 말한다. 반대말로 이해하면 빠를 것이다. 고정투표자가 반대말이다. 특정한 정당을 지지하는 유권자계층이 아니라, 선거쟁점과 공약에 따라 표가 움직이는 것을 말한다. 미국은 동부해안지대와 서부가 대체로 푸른 주(민주당 지지)로 부르고, 중부와 남부를 붉은 주(공화당 지지)로 부른다. 양당에 대한 지지가 비슷하게 나오는 주를 소위 ‘스윙 보트 주’로 부른다. 미시간, 위스콘신, 펜실베이니아, 오하이오, 뉴멕시코, 버지니아 주 등이다. 오바마와 맥케인이 치열하게 접전을 펼쳤던 주로, 선거광고 방송의 비용이 대부분 스윙 보트 주에 집중 투입된다.       그러면 한국에서 스윙 보트 지역은 어디일까충청권이다. 영남과 호남으로 갈라진 틈에서 2002년 대선에서 행정수도 이전 공약으로 노무현 후보의 지지로 돌아선 경우다, 2007년 이회창 후보를 지지함으로써 ‘스윙 보트’ 성격을 잃어버렸다. 오히려 지역으로 말하면 수도권이 스윙 보트 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정책과 공약에 따라 지지가 변하기 때문이다. 연령으로 말하면 40대가 스윙 보트 성격을 가지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이 영화의 주인공은 ‘캐스팅 보트’를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만, 그의 성격과 정치관은 영화의 주제에 맞는 정책과 공약에 따라 왔다 갔다 하는 ‘스윙 보트’라고 할 수 있다. 민주주의는 한 사람, 한 사람의 힘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영화 보너스   1. 기억할만한 대사 주인공인 아빠 ‘버드’는 머그컵에 ‘세계 최고의 아빠(World's Greatest Dad)’라고 새겨놓았지만, 부인은 떠나갔고, 치킨 도축장에 다니는 직장도 술기운 때문에 해고당하는 사람이다. 반면에 딸인 ‘몰리’는 술에서 덜 깬 아빠를 위해 아침식사를 준비하고, 생활비를 계산하고, 아빠대신 유권자 등록도 한다. 그 똑똑한 아이 몰리가 학교 작문시간에 ‘투표의 중요성’을 발표한다.     “세계의 모든 위대한 문명은 같은 길을 따라왔습니다. 속박에서 자유로, 자유에서 번영으로, 번영에서 만족으로, 만족에서 무관심으로, 무관심에서 다시 속박으로. 우리가 이런 역사에서 벗어나려면 순환 고리를 깨야만 합니다.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면 반복할 수밖에 없습니다.”     2. 기억해야 할 격언 “내 한 표로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 - 투표에 기권하는 사람의 변명 “모든 국민은 자신들의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진다!” - Alexis de Tocquev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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