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 그 네 개의 기둥(2) (김병준, 정리- 김대호, 이준호)

김병준(전 청와대 정책실장) 승인 2013.07.23 17:39 의견 0

-첫번째 기둥 1 자치권과 자치사무-

 
첫 번째 기둥 1: 자치권과 자치사무
자치권
네 개의 기둥을 하나씩 다시 보죠. 첫째. 자치권입니다. 자치권이라고 하면 자치입법권, 사법권, 행정권, 재정권 이런 것들을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이 중에 벌써 하나는 없습니다. 우리한테는 자치사법권이 없습니다. 미국 같은 경우는 자치사법권이 있어서 지방정부에 재판소가 있거든요. 물론 큰 재판은 아닙니다. 살인사건 이런 건 관할이 아니고요. 주로 보면 낚시를 하지 않아야 할 곳에서 낚시를 했다거나 아니면 주차위반 같은 것을 다루죠. 그러나 어쨌든 자치사법권을 가집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것이 인정이 되지를 않습니다.
그 다음에 자치입법권, 자치행정권, 자치조직권, 자치재정권 다 가지고 있습니다. 지방자치법에도 규정이 되어 있어요. 지방자치법 9조에 지방자치단체는 관할구역에 자치사무법령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에 속하는 사무를 처리한다. 이렇게 되어 있거든요.
그리고 그 사무를 예시를 해 놓았어요. 거기에 보면 웬만한 사무는 다 있습니다. 그러나, 그래서 자치권이 엄청 넓다고 이렇게 생각하면 안 됩니다. 왜냐그 밑에 이게 있어요. 다만 법령에 이와 다른 규정이 있으면 그러하지 아니하다. 즉 단서조항입니다.
여러분들 어떻습니까우리나라에 존재하는 법하고 령 말이죠. 아까 제가 시어머니와 며느리를 예로 들었지요. 시어머니가 준 지침이 두꺼우면 두꺼울수록 며느리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어집니다. 마찬가지로 법하고 령이 많으면 많을수록 자치 영역에서는 할 것이 없습니다. 지방세법만 책으로 엮어도 전화번호부만큼 두껍습니다. 그 안에서 딱히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에 지금 현재 법률이 5월 31일 기준으로 1290개입니다. 법령이라 했으니 령도 문제죠. 대통령령, 총리령, 부령 다 포함되는 겁니다. 대통령령이 도합 1507개, 총리령이 62개, 부령이 1112개. 기타 319개 입니다. 전부4290개의 법과 령이 있습니다. 이들 법령 안에서 하라는 겁니다. 이걸 소위 개별법 우선주의라고 그럽니다. 지방자치법에 뭐가 예시되어 있건 다른 법과 령의 규정이 우선이라는 겁니다.
그 다음에 또 하나가 재미있는 게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헌법에서 조세법률주의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모든 세금은 법률에 의해서만 정해진다는 거죠. 법률은 누가 만들죠국회에서 만듭니다. 지방자치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는 말입니다.
지방정부는 그 틀 안에서 집행만 하는 겁니다. 약간의 자율성이 있기는 합니다. 예를 들어 재산세 세율을 법률로 정해 놓고는 50% 한도 내에서 탄력적으로 적용할 수 있게 하는 것들입니다. 자동차세 같은 것도 조금 깎아줄 수도 있고요. 시어머니의 예를 다시 들자면 소금 한 수저 더 넣고 덜 넣을 수 있는 정도의 자율성입니다. 어떤 요리를 하고 어떤 조리법을 할 지는 정할 수가 없는 겁니다.
죄형법정주의도 있습니다. 죄와 형은 오로지 법률로써만 정할 수 있다는 거죠. 그런데 한 가지 여쭤보죠. 지방의회가 만든 조례가 이게 법입니까, 아닙니까제 생각은 법이라는 입장입니다.
학자들 사이에 두 부류가 있습니다. 법이다. 아니다. 그런데 엄격한 행정법 학자들은 조례는 절대로 법이 아니라 합니다. 법은 국회를 통과한 것만이 법이라는 겁니다. 하지만 행정법 전공 학자들은 조례도 법이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법이라는 뜻은 시민의 대표가 만든 것이 규칙이라는 것이지요. 죄형법정주의와 조세법률주의의 뿌리를 보는 거죠. 예전에 왕이 마음대로 사람 잡아다 벌 주고 세금 매기고 하니까 국민들이 들고 일어났단 말이에요. 들고 일어나서 왕의 멱살을 잡았죠. ‘당신이 벌 줄 수도 있고 세금 매길 수도 있어. 하지만 우리의 대표로 구성된 의회에서 나온 법에 의해서만 해야 돼!’ 이렇게 된 겁니다. 이게 죄형법정주의이고 조세법정주의입니다. 기본적으로 왕권을 제약하기 위해서 나온 거지 주민의 대표로 구성된 지방의회의 권한을 제약하기 위해 나온 게 아니란 말이에요. 그때의 법은 주민의 대표로 구성된 의회에서 만든 것이 법이라고 보면 되고, 죄형법정주의 기본원리도 그렇게 보면 되는 겁니다. 꼭 그것을 국회에서 법률이라는 이름 아래 만든 것만 법이라고 하기는 힘들다. 이렇게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주류는 국회를 통과한 것만이 법이라는 겁니다. 그래서 조례로써는 벌칙을 만들 수가 없습니다. 조례가 힘을 가지려면 ‘조례를 어긴 자 또는 지키지 않은 자는 3개월 이내의 징역에 처한다’와 같은 벌칙이 있어야 합니다. 이래야만 조례가 살아나는 데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이걸 독자적으로 할 수가 없습니다.
이걸 가지고 1994년도에 엄청나게 싸웠습니다. 부천시 담배자판기 설치금지조례 사건이었는데요. 그 과정을 통해 그나마 얻어낸 것이 ‘지방자치단체가 과태료 1000만원까지는 부과할 수 있다’는 규정입니다. 그래서 지금도 조례를 어기면 과태료 1000만원까지는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습니다. 과태료는 행정적인 처분이지 벌칙이 아니라는 거죠. 하지만 과태료는 어떻습니까과태료는 안 내도 벌칙이 없습니다. 과태료를 안 내면 잡아 넣는다 이래야 되는데 그건 못합니다..
만약에 조례로써 사람을 구속하는 등 강제권을 가지려면 어떻게 하느냐국회의원들한테 부탁해서 국회의원들이 법률적 위임을 해 줘야 합니다. 예를 들어 담배자판기설치금지조례를 만들었으면 그 조례에 의해서 3개월 이내의 징역에 처한다는 규정을 만들 수 있다고 위임을 해줘야만 만들 수가 있는 겁니다. 지방자치법에도 그렇게 되어 있습니다. ‘주민의 권리제한 또는 의무를 부과할 때는 법률의 위임이 있어야 한다’고 되어 있지요.
자치사무
자치권의 구체적인 형태는 자치사무로 나옵니다. 이거는 네가 하고 이거는 내가 하고 이런 식으로 나누지 않습니까
여기서 중요한 이야기 하나 드리죠. 우리나라에서는 지방정부가 하는 사무가 다 자치사무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게 중요합니다. 성북구가 사무 100개를 한다면 그 100개가 다 자치사무는 아니라는 겁니다.
자치단체장은 말이죠. 모자를 여러 개 쓰고 있습니다. 여러 개의 모자 중에 하나의 자치사무의 모자이고 또 다른 모자는 위임사무의 모자입니다. 중앙정부의 위임 사무도 두 군데로 할 수가 있습니다. 지방정부에 위임을 할 수도 있고 자치단체장에게 위임을 할 수도 있습니다. 자치단체에 위임하는 사무는 단체위임사무라고 하고 자치단체장에게 위임하는 사무는 기관위임사무라고 부릅니다. 이 기관위임사무가 정확하게 얼마나 되는지는 모릅니다. 대충 반 정도는 될 것이라 보고 있습니다. 지방정부가 수행하고 있긴 하지만 기관위임사무는 중앙정부의 여러 가지 규칙, 지시 이런 것에 의해서 움직이는 겁니다. 자치단체장이 기관위임 사무를 처리할 때는 중앙정부의 일선기관장의 모자를 쓰고 있는 겁니다. 자치단체장도 아니고 자치단체의 집행기관장도 아닙니다. 물론 자치사무를 처리할 때는 지방자치단체의 수장의 모자 또는 집행기관장의 모자를 쓰죠. 모자가 여러 가지 입니다. 자치단체의 대표로써 모자, 자치단체 집행기관의 장으로써 모자, 중앙정부 일선기관장으로써 모자들입니다..
그런데 지방의원은 어떻습니까지방의회 의원은 모자가 지방자치단체 의결기구 구성원이라는 모자 하나만 쓰고 있습니다. 지방의원은 기관위임사무에 관여할 수 없습니다. 의회와 집행기관장의 힘의 관계가 완전히 불균형인 겁니다. 자치단체장은 위임사무로써 엄청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반면 의회는 거기에 관여를 할 수가 없는 겁니다. 감사권만 대체로 인정되고 있습니다. 다른 것, 즉 조례를 만든다거나 거기에 대해서 무슨 조사를 한다거나 이런 권한들에 있어 상당한 제약이 따릅니다. 기관위임사무에 대한 조례는 절대 불가합니다. 그런데 특정 사무가 기관위임사무냐 아니냐를 구별하기는 대단히 쉽지가 않습니다. 계속 논쟁을 하면 나중에 결국 대법원에 가서 따져야 됩니다. 어쨌든 지방의회와 지방의원은 기본적으로 기관위임사무에 대해서 관여를 못하게 되어있습니다. 단체장과는 그 무게가 다르죠. 단체장은 그런 점에서 할 만합니다. 자치단체장의 모자만이 아닌 중앙정부의 일선 기관장으로써 모자를 딱 쓰고 중앙정부 사무를 처리하니까요. 중요한 인허가 업무 등 알짜배기 사무는 거기 다 있습니다. 그렇지만 지방의회 의원은 아닙니다.
이 기관위임 사무는 지방자치가 아닙니다. 기관장을 우리가 뽑았다 뿐이지 실질적으로 자치라고 볼 수 없는 영역입니다. 자치의 요체는 결국 지방의회가 중심이 되어서 움직여야 합니다. 앞으로도 이 문제를 어떻게 푸느냐를 고민해야 됩니다. 기관위임사무를 폐지하거나 정리한 후 이를 자치사무로 전환시키는 작업들이 있어야 되는 겁니다. 웬만큼 중요한 사무는 다 기관위임 사무입니다. 이 사무들을 자치사무로 바꿔주어야 하는데 쉽지가 않습니다. 몇 십년 동안 시도는 있었죠. 1990년대 초, 1980년대 말부터 계속 해 왔거든요. 참여정부 때도 하고 김대중 정부 때도 하고 이명박 정부 때도 하고 지금도 하고 있습니다. 기관이름도 계속 바뀌었어요. 지방이양기능합동심의위원회, 지방이양추진위원회, 지금은 지방분권촉진위원회가 계속 하고 있죠. 국가 전체 사무가 몇 개인지 정확하게 우리가 다 세볼 수는 없지만, 94년도에 한번 세어 본 게 있는데 한 3만 5천개 정도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 지방으로, 자치사무로 넘어온 사무가 한 3천개나 될까요넘어와도 큰 것은 안 넘어왔습니다. 예를 들어 자치경찰기능 같은 것은 넘어오지 않았습니다. 제주도만 일부 넘어왔습니다. 준 사법, 준 경찰이죠. 그렇게 실험적인 조치로만 넘어 와 있습니다. 경찰권은 여전히 중앙정부가 다 쥐고 있습니다. 그 다음에 교육자치 부분도 교육을 별도로 분리시켜 운영하고 있죠. 큰 게 잘 안 넘어오고 작은 것들만 몇 천 개 넘어와 있는 이런 상황입니다. 자치사무도 자치권과 마찬가지로 아직 멀었다 이런 말씀입니다.
(계속)
* 본 기사는 2013년 5월 25일 동아시아미래 아카데미에서 있었던 강연을 수정, 보완한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원문과는 다소의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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